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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바란다] 2기 독자위원회 2월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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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2기 독자위원회(위원장 金榮鎬 우석대 교수)가 지난달 26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2월 모임을 가졌다.위원들은 이날 언론개혁 ·광우병 파동 등 관련 본지 기사 및 편집방향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는 金위원장,주부 정옥선(鄭玉仙)씨,김유미(金有美)전 고대신문 편집국장,류두현(柳斗現)변호사,하승창(河勝彰)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황시봉(黃時鳳)STIC IT 벤처투자 대표가 참석했다.

본지에서는 이헌익 문화 ·스포츠 에디터,김영섭 독자팀장, 전국부 김우석 ·경제부 허의도 ·문화부 오병상 ·국제부 채인택 ·통일외교팀 안성규 차장 등이 참석했다.

▶황시봉=정부의 4대 개혁 1차 목표시한인 2월이 지나갔다. 이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문제점과 과제 등을 진지하게 기사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언론개혁과 언론사 세무조사 등에 치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문제를 지나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하승창=자주 등장한 기사는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의 입장과 시각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야당의 발언을 기사화하거나 언론문건관 관련된 시사저널 보도를 인용하면서 언론개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21일자 6면 김영희 대기자의 투데이 ‘길 잃은 언론개혁 논쟁’을 빼고는 남의 입을 빌려 이 문제를 말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문제가 있다면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어야 했다.

▶김유미=언론문건 관련 기사의 경우 문건의 신빙성 여부를 밝히기보다는 정치 공방 중심으로 보도했다.15일자 3면의 ‘99년 중앙일보 탄압사태 국민 불신 키운 실패작’기사는 중앙일보와 관련한 내용을 발췌해 보도하면서 당시 세무조사가 잘못된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아전인수격의 기사가 아닌가.

14일자 1면에 ‘김정일 내주 답방 가능성’이란 내용의 기사가 실린 다음날 1면에 ‘김정일 답방은 4월 이후 가능’이라는 기사가 실렸다.특종을 염두에 둔 신중치 못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정옥선=김정일 답방에 관한 기사는 큰 오보였다고 생각한다.한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의 시기 조절과정에서 생긴 문제라고 기사에서 해명을 했지만 미국 정권이 바뀐 뒤 대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이런 내용을 다룰 때는 좀더 신중해야 했다.

▶류두현=3일자 1·3면에 최종 부도처리된 한국부동산신탁 관련 기사가 실렸다.한부신의 부실과정과 현 상황을 다룬 기사 내용은 좋았다.그러나 1992년 한부신이 설립될 당시 일본의 토지신탁제도를 답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부신의 모체 법률이 일본을 참고해 만들어졌다면 일본의 실례를 점검하는 기획기사가 있었다면 타산지석이 됐을 것이다.

▶정옥선=광우병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17일자엔 ‘광우병 쇠고기 북 지원이라니’라는 사설이 실렸다.20일자 5면에는 ‘쇠고기 대북지원 독일 언론도 양론’기사가,21일자 7면에는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생각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베를린 유재식 특파원의 취재일기가 실렸다.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달라지는 기사를 따라가는 게 참 힘들었다.사안의 중요성을 따져 해석·분석을 실어 독자의 감정적 피로를 줄일 수 있는 언론의 조정기능을 기대한다.

▶김영호=앞선 지적처럼 기사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26일자 5면의 기사에서 소 지원을 둘러싼 상황을 충실히 보도해 오해를 풀 수 있었다.

교육개혁과 관련한 사립학교법개정안이 제출됐다가 자신의 만류로 유보됐다는 JP의 발언이 21일자 4면에 실렸다. 중 ·고등 교육의 80%를 사학이 맡고 있는 실정에 비춰 교육개혁에서도 사학법 개정안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집중 보도했었으면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승창=16일자 1 ·3면에 실린 두뇌한국21 사업 기사는 파급효과도 컸고 정부 대책을 끌어낸 좋은 기사였다. 보도 관행에 비춰볼 때 사업 시행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라 신선했다.

8 ·9 ·10일자 사회면 시리즈 ‘위험한 넷키즈’에서는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자살사이트·폭탄 사이트 등의 실태와 대책을 구체적으로 다뤘다.실태와 대책으로 양면을 나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짠 편집도 돋보였다.

▶정옥선=26일자 사설과 30 ·31면 기사에서는 일선 고교에서 내신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사설에서는 올 수능은 어렵게 출제해 변별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년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2002학년도 대입에 무시험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수험생들이 그 방침에 맞춰 입시를 준비해 왔는데 수능 8개월을 앞둔 현 상황에서 입시 방침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황시봉=공무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교원 성과급 지급이 도마 위에 올랐다.이와 관련한 중앙일보 기사는 교원 성과급을 반대하는 측의 손을 들어준 듯하다.교육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원 성과급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성과급을 도입하되 성과급제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다뤘으면 좋았었다는 생각이다.

▶류두현=분식회계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대우그룹·동아건설이 검찰에서 스스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자백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14일자 6면에는 ‘분식회계를 요구하는 사회’라는 시론이,19일자 1·3면에는 회계장부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분식회계와 회계장부와 관련해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는 기획기사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정옥선=2일자 37면 ‘우리기업 지상 IR’코너에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네트 소개 기사가 실렸다.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독자를 위해 기업 실태를 소개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기업 광고에 초점을 두었다는 인상을 준다.애널리스트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기업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내실을 기해야 한다.

최근 국제면의 ‘이훈범의 파리이야기’·‘신중돈의 뉴욕이야기’등은 국제 감각을 키우고 다른 사회의 모습도 실감나게 느끼게 한 흥미로운 코너였다.

▶김유미=국제면의 연재 시리즈 ‘유럽의 신지역주의’는 흔히 만나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토픽성 기사와는 다른,세계를 정확히 보는 독자들의 눈을 키워준 좋은 기획이었다.특히 한국의 지역주의와 비교해 분석한 내용은 피부에 와 닿았다.

▶정옥선=15일자 11면 세계지식인지도에 실린 ‘이리가레의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발전방향을 제시한 뜻깊은 기사였다고 생각한다.여성부 출범의 원년을 맞아 참다운 페미니즘의 의미를 심어준 좋은 기사였다.앞으로도 남녀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기사를 다뤘으면 한다.

▶김영호=17일자와 24일자 ‘책과 세상’란에서 문화부 조우석 출판팀장이 언론의 탈객관주의를 주장하는 뉴저널리즘을 언급했다.칼럼에서 다룬 내용이지만 뉴저널리즘 논의 등은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했으면 의미가 더 있었을 것이다.

▶중앙일보=김정일 답방과 관련해 3월초 장관회의에서 결정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미흡하지만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사학법개정 문제는 교육계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에 다시 한번 다룰 수 있도록 하겠다.

광우병 소 북한지원을 둘러싼 논란의 경우 누가 지원을 요구했는지 어떻게 논의가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독일 언론에서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취재가 쉽지 않았다.

취재를 하고 확인해 실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기사를 쓰다보니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기사의 내용이 갈팡질팡했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런 까닭에 26일자 5면에 일련의 사태를 정리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업 IR 관련 기사가 자칫 기업광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이 코너는 기본적으로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면에 옮겨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지적하신 내용을 충분히 고려해 개선하도록 하겠다.

국제면 기사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기사를 참조하기도 하지만 각국 언론 매체를 참고하는 등 많은 노력 끝에 기사를 작성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뉴저널리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문화면의 경우 독자의 편차가 상당히 크다.그렇기 때문에 기사 내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정리=하현옥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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