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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솎아내 살릴 기업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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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2일 4대 개혁을 평가하면서 그동안 구축한 기본틀 아래 기업과 금융의 '상시 구조조정' 을 선언했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이룬 구조조정을 이제 시장의 힘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경기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판단하기 어려워진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애써 언급을 자제했다, 대신 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 등 하반기부터 가시화할 경기 회복에 맞춰 개혁의 방향과 강도를 어떻게 조정할지를 설명했다.

앞으로 금융.기업의 구조조정은 상시 퇴출 시스템을 가동해 부실기업을 지속적으로 솎아내고 살 만한 기업들은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을 쉽게 해 은행과 기업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간다.

상시 퇴출 시스템은 ▶금융기관은 위험평가 시스템에 따라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면 즉시 퇴출시키고▶기업은 금융기관별로 마련된 상시퇴출 기준에 해당하면 신규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빠른 정리와 법정관리.청산 등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외부 감시를 강화하면서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부동산 구조조정 회사를 설립해 기업의 회생을 돕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의 상시 퇴출에 필수적인 회사정리.화의.파산 등 이른바 '도산 3법' 의 통합은 올해 안에 기초 작업을 추진할 계획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는 집단소송제 도입도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돼있다.

진념 경제부총리는 "상시 퇴출 시스템이 가동되면 정부가 개별 기업의 문제에 간여하지 않는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우차 등 부실기업 매각 문제와 현대건설.현대전자 등 현대 계열사 처리와 관련, 채권단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는 관측은 많지 않다.

4대 개혁의 성과에 대해 정부로선 나름대로 할 만큼 했다지만 국민의 체감 개혁 지수가 낮은 데다, 특히 공공.노사 개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로선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우자동차.한보철강.대한생명.서울은행 등의 매각 작업이 늦어지고 대졸 미취업자와 중.장년층의 실업이 늘어나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공기업 개혁과 관련, 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은 개혁성과 업무 성과가 부진한 임원을 대폭 물갈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마사회 등 10여개의 공기업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방만 경영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개혁으로 다른 부문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노사 개혁에 대해선 이날 특별한 보완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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