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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진 부부, 아기 안 돌봐 영양실조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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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기도 수원서부경찰서는 3일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을 집에 상습적으로 방치해 굶어죽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김모(41·무직)씨와 아내 김모(25)씨에 대해 구속 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4일 수원시 세류동 지하 월세방에 딸을 혼자 놔둔 채 인근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해 아기가 굶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딸이 태어난 지난해 6월 초부터 거의 매일 밤 하루 6시간 이상 게임을 했다. 체중 2.25㎏의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의료진의 보살핌까지 받았던 아기는 제때 분유를 먹지 못해 바싹 말랐다. 사고가 난 날도 부부는 다음 날 오전까지 10시간 이상 게임을 하다 집에 들어와 딸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기가 지나치게 마른 것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장기간 영양 결핍으로 인한 기아사’로 판명됐다.

김씨 부부는 부검이 끝난 딸의 시신을 넘겨받은 9월 26일 아기를 화장하고 부검 결과가 나오기 직전 도주해 5개월여 만에 검거됐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2008년 8월 만나 동거하다 처갓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지난해 9월 수원시 세류동에 월세 20만원짜리 지하 단칸방을 얻어 분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딸이 숨지기 직전 매일 밤 10~12시간씩 인터넷 게임을 즐기며 어린 딸에게 하루 한 번만 분유를 줬다”며 “신고를 받고 집에 출동했을 때 젖병에 담겨 있던 분유는 썩어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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