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 '대지진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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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가 대지진의 공포에 휩싸였다. 23일 오후 니가타(新潟)현에서 진도 6이 넘는 강진이 40분 만에 세 차례 연속으로 발생해 21명이 숨지고 2100여명이 다쳤다. 이는 1995년 고베(神戶)대지진 이후 최대 피해다. 또 신칸센(新幹線) 고속열차가 개통 40년 만에 처음으로 탈선했으나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유례없는 연속 강진=첫 지진은 오후 5시56분쯤 발생했다. 진원지는 니가타현 오지야(小千谷)시 부근 땅속 20㎞ 지점으로 통상적인 지진에 비해 대단히 얕았다. 진동은 1분20초가량 계속돼 상당히 긴 편이었다.

일본 기상청 분류로는 '진도 6강(强)'이었고 리히터 규모(M)로는 6.8을 기록했다. 200여㎞ 떨어진 도쿄에서도 진도 4의 강한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도 6강'은 일본 기상청의 10단계 분류체계에서 둘째로 센 것으로 사람이 똑바로 서 있기 힘들며 내진 설계가 된 건물도 균열이 갈 수 있다. 가장 센 진도 7은 고베 대지진 이후 아직 없다. 이어 16~22분 간격으로 진도 6강의 지진이 두 차례 더 났다. 여진은 수백차례 계속돼 24일 오후에도 진도 5강의 지진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일주일간은 추가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사망자는 대부분 무너진 담벼락에 깔리거나 진동 순간의 쇼크에 따른 심장마비로 숨진 사람이 많았으나 입원치료를 받던 도중 진동으로 산소호흡기가 벗겨지는 바람에 숨진 환자도 있었다. 이틀째인 24일까지 6만8000명이 대피하고 28만여 가구가 정전됐다. 주요 간선도로는 지반 침하와 균열로 마비됐다. 노벨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가 된 일본식 전통 여관도 건물이 파손됐다.

안부 확인 전화가 폭주하자 통신회사들은"긴급 용무가 아니면 전화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내보내며 전화연결을 제한했다. 대신 음성사서함에 각자 안전 확인 메시지를 녹음하는 긴급 서비스 회선을 가동했다.

◆30년 이내 진도 7 지진 70% 확률=일본 지진학계는 최근의 지각활동 관측결과를 토대로 가까운 장래에 초대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에선 80~150년 주기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며 1923년 간토(關東) 지진 이후 주기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정부 산하 지진조사위원회는 지금부터 30년 안에 도쿄에서 진도 7의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70%라고 예상했다. 10년 내 확률은 30%, 50년 내 확률은 90%로 예상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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