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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D-31 인천 신공항] 上. 배후시설 빈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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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1992년 11월 첫 삽을 뜬 뒤 3천일간(8년반)의 대역사(大役事)를 마감하고 3월 29일 문을 연다. 동아시아 교통.물류 중심기지의 건설을 내세우며 무려 5조7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공사였던 만큼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한 적극적 보완이 요청된다. 개항을 한달 앞둔 지금 인천국제공항의 개항 준비상황과 비전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

25일 오후 개항을 한달여 앞두고 마무리작업에 한창인 인천국제공항.

1천7백만평의 매립지위에 우뚝선 여객터미널은 공항내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라는 설명답게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바로 앞에는 주차장등이 자리한 교통센터가 공사중이고 뒷편에는 입주기관의 사무실이 있는 공항청사 2개동과 정비창등 부대시설이 들어섰다.

그러나 당연히 있어야할 것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호텔이나 비즈니스 센터,대형 쇼핑센터가 없다.그야말로 공항 하나만 덩그라니 선 꼴이었다.

비즈니스와 위락기능을 함께 갖춘 국제적 배후단지를 거느린다는 당초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동북아 중추의 허브(Hub)공항을 목표로 24시간 쉬지 않고 문을 연다는 인천국제공항이 일단 미완의 상태로 문을 열게 된것이다.

◇전무(全無)하다시피한 배후 시설=당초 공항 남쪽 5만여평의 국제업무지역(IBC)부지에는 호텔 2개동과 상업시설 1개동,업무용빌딩 6개동이 건설될 계획이었다.지난 97년부터 계획이 추진됐으니 예정대로라면 이미 건물 몇동은 들어서 있어야 했다.

현재 건설이 확정된 시설은 호텔 2개동,쇼핑몰 1개동,오피스텔 2개동.

그러나 공사가 시작된 곳은 KAL 호텔 하나뿐으로 그나마 내년 12월에나 문을 연다.또 다른 호텔은 6개월 뒤에나 착공된다.쇼핑몰과 오피스텔도 역시 3월 이후에나 공사가 시작되며 내년말 완공 예정이다.

개항이 되면 여객터미널에 있는 90실 규모의 미니 호텔이 공항 안팎 숙박시설의 전부다.

앞으로 2년 가까이 출입국객이나 환승객들이 제대로 쉴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한 셈이다.

이때문에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승객들은 상당기간 공항에서 새우잠을 자거나 대중교통을 이용,서울이나 인천까지 나와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불안한 수하물 처리시스템(BHS)=올초부터 국내외 항공사들의 협의체인 ‘항공사 운영위원회(AOC)’는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시스템이 당초 요구 수준에 훨씬 못미친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BHS 1개 라인마다 시간당 처리용량이 최대 9백개,평상시 7백50개는 되야 원활한 탑승수속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사측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BHS라인은 설계상으로는 시간당 처리용량이 6백개다.그러나 성능 시험중인 이시설의 처리용량은 현재 시간당 4백50∼5백50개다.설계상의 처리용량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특히 공항측은 1인당 평균 수하물을 1.5개로 계산했다.

그러나 항공사 관계자들은 “통상 출국하는 내국인이 2개 이상 짐을 부치는 것을 감안하면 처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이때문에 항공사들은 “여름철등 성수기에는 탑승수속

지연으로 자칫 항공기가 제때 출발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사측은 “체크인 카운터 여유분을 총 가동하고 단체승객용 카운터를 추가로 설치해 용량부

족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미완성된 기초 공항시설=교통센터등 일부 시설은 개항후 한참 뒤에나 완공될 예정이어서 개항 초기 이용객들이 적지않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 2층,지하 3층에 연면적 7만5천여평 규모로 지어지는 교통센터는 주차는 물론 향후 개통될 공항철도의 역사및 대합실로 이용될 계획이다.그러나 교통센터는 당초 설계부터 늦어진탓에 8월에나 완공된다.

공사측은 “6천대 규모의 야외주차장이 있어 주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그러나 교통센터가 여객터미널 입구에 위치해 있는 탓에 개항후에도 공사가 계속될 경우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항공기 안전에 필수인 항공기 정비고도 내년 6월에나 완성된다.공사측은 일단 경정비 시설만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이때문에 중정비가 필요한 경우 김포까지 항공기를 옮겨가야하는등 시간과 돈 낭비가 예상된다.

◇공항주변 주택 부족=인천공항에는 항공사 직원등 3만여명정도가 상주하게 된다.이중 상당수는 24시간 공항 운영에 따른 출퇴근등의 문제로 인해 이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사할 집이 없다.

건교부와 공사측은 당초 공항 인근에 약 2만여명을 수용할 미니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65만여평의 부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등의 여파로 주택건설은 지지 부진해 현재 아파트 3백23세대만이 지어졌다.또 올해안에 추가로 완공되는 아파트도 7백40세대분에 불과하다.

자녀들이 다닐 학교도 없다.내년 3월에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한 곳씩이 문을 열 예정이서 학생들은 상당기간 멀리 떨어진 다른 학교에 임시로 다녀야 한다. 이때문에 항공사와 상주기관 직원들이 인천공항 근무를 피하기위해 치열한 로비까지 벌이는 실정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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