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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운전자 '질' 높이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 90.6% 대(對)29.6%' .

전문학원의 운전기능시험 합격률이 면허시험장에 비해 세배나 된다. 경찰청 산하 면허시험장의 시험이 더 까다로워서인가, 아니면 민간이 운영하는 전문학원이 너무 쉽게 합격시키기 때문인가.

그 대답을 최근 도로교통안전공단이 내놓았다. 공단은 1999년 1~4월 중 보통면허를 딴 운전자 32만여명의 같은 해 7~12월 사이 법규위반 적발건수와 사고율을 분석, "면허시험장 출신 운전자의 법규 위반 피단속률이 전문학원의 1.84배에 이르고, 특히 인명피해 사고율은 2.26배나 높았다" 고 발표했다.

어렵게 면허를 딴 면허시험장 출신이 사고를 더 많이 냈다는 얘기다. "전문학원에선 한달 이상 학과.기능.도로운전을 교육한 후 시험을 본다. 이에 비해 면허시험장은 불법교육을 대충 받은 사람들, 일반학원 출신자들, 면허취소자들이 '계속 떨어지며 합격기술을 익히는 장소' 로 활용된다. " 공단 관계자의 이같은 설명이 정확한 대답이다.

전국 26개소의 면허시험장에서 99년 제1, 2종 보통면허 신규취득자의 44%를 배출했다. 서울의 경우 면허시험장 출신이 60%가 넘는다.

면허시험장이 이처럼 법규위반이나 사고를 낼 운전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더이상 이원화된 면허취득 체계가 지속돼서는 안된다. 안전운전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초기교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지적대로 운전면허는 전문학원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에게만 발급해야 한다. 대신 면허시험장은 장애인.저소득층 등 사회약자를 위한 교육장으로 용도를 바꾸는 방안이 좋다.

더불어 운전학원도 개혁해야 한다. 난립은 억제하되 교육비.교육기간.강사진 등으로 경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능교육 시간을 줄이고 도로주행 시간을 늘리며, 교육내용에 간단한 자동차구조.수리방법, 빗길.눈길 운전기법 등도 추가해야 한다.

강사.시험관의 자격.경력도 검증해야 한다. 법령위반.사고 전력이 있는 강사가 안전운전 요령을 제대로 강의할까. 시험관을 지금처럼 학원 소속으로 하기보다 관리단 소속으로 바꿔야 하고 시험관.강사가 배출한 운전자의 사고율 등으로 사후평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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