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목걸이 옆에 선 작가는 “육감적이면서도 숭고한 여신의 몸 같지 않냐”며 즐거워했다. 4층 높이 천정에 매달린 젖빛 구슬들은 밤이 되자 제각기 빛을 받아 색색으로 반짝였다.
내년 3월부터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이어 5개국 순회전이 잡혀있는 오토니엘은 DNA의 나선구조같이 유기적이면서도 증식하는 세포처럼 생명력 넘치는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상처와 치유의 의미를 지닌 붉은 목걸이를 늘 하고 다니는 그는 “내게 구슬은 좋건 나쁘건 인생의 한 구비를 도는 흉터, 기억하고픈 슬픔과 아픔, 회한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부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매듭 만드는 과정을 꼼꼼하게 뜯어봤어요. 제 다음 작품에 매듭이 준 영감이 형상화될 겁니다. 비단과 한지 등 재료를 양껏 사고 나니 배고픈지도 모르겠어요.”
국내 화랑과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돌고 도는 목걸이처럼 곧 다시 만납시다”라며 눈을 찡긋했다.
글·사진=정재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