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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백록담 왜 말라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해 12월 말 백록담의 수량이 줄어든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지질학자.임학자.토양학자 등 아홉명의 전문가가 현장을 답사했다.

전문가들은 조사 후 백록담 경사면의 흙 유실에 따른 백록담 바닥의 상승, 한라산 일대 식물들의 빗물 소비량 증가, 저지대 지하수 개발에 따른 지하수위의 저하 때문에 백록담 수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임업연구원 정용호 박사는 "등산객들이 백록담 안까지 들어와 분화구 사면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었다" 며 "분화구 사면에서 백록담으로 흘러들어와 쌓인 흙들이 백록담 물을 '하마' 처럼 빨아들였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라산의 1천6백~1천8백m 지점에 구상나무 등이 군락(群落)을 이루는 등 식생이 우거져 빗물을 과다하게 빨아들인 것도 백록담 수량 감소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 박사는 "저지대에서 지하수를 너무 많이 뽑아 써 지하수의 압력이 떨어져 백록담 수량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 며 지하수 연관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한정상(韓楨相)교수는 지하수 개발과 백록담 수량 감소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韓교수는 "최근 제주도에서 하루 30만t의 지하수를 퍼 쓰고 있지만 대부분은 해발 1백m 이하의 기저(바닥)지하수이고 1백m 이상의 상위 지하수 개발은 거의 없다" 며 "백록담 수량 감소는 상위 지하수와 관련이 있을 것" 이라고 반박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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