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속 200㎞ 폭풍 서유럽 강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유럽에 지난달 27∼28일(현지시간) 몰아닥친 폭풍으로 59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스의 피해가 가장 커 1일 오후(현지시간) 현재 48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스페인·포르투갈·영국에서도 인명 피해가 났다. 이 바람은 ‘유럽 폭풍’이라 불리며 주로 겨울에 발생한다. 편서풍이 대서양의 저기압을 만나 강풍으로 돌변한 뒤 유럽 대륙으로 상륙하는 것이다. 1999년 12월에는 이 바람으로 유럽에서 100명 이상이 숨졌다.

‘신시아’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번 폭풍은 28일 오전 프랑스 서부를 강타했다. 시속 200㎞ 이상의 바람이 해일을 일으켜 방데 지역 등의 해안 마을이 침수됐다. 갑자기 불어난 물이 집안으로 들어오자 주민들은 지붕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재해방지 당국이 구조헬기를 동원해 주민들을 구조했으나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수십 명이 익사했다. 바람에 쓰러진 나무나 날아온 물체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확인된 사망자는 48명이지만 10여 명이 실종되고, 약 6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파리 시내에서도 강풍으로 집 유리창이 깨지거나 간판 등이 떨어져 행인이 다쳤다. 이날 바람은 에펠탑 상층부에서 시속 175㎞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는 100만 가구 이상에 전기공급이 끊겼다.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10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수백 명의 이재민이 생긴 해안 지역을 방문한 뒤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유럽 서남부에서 북동쪽으로 지나간 이 바람은 앞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각각 세 명과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프랑스를 강타한 폭풍은 벨기에를 거쳐 독일로 이동했다. 독일에서는 가로수가 덮쳐 차 안에 있던 부부가 숨지는 등 네 명이 희생됐다. 두 나라에서는 쓰러진 나무가 철로를 가로막는 일이 속출해 일부 철도의 운행이 중단됐다.

유럽 폭풍은 한 해 평균 19억 유로(약 3조원)의 피해를 낸다. 보험금 지급액 기준으로 북미의 허리케인 다음으로 큰 피해를 주는 바람이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