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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연 4년만에 ‘보은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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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체장애를 극복하고 교사가 된 김동근씨가 1일 울산 남구청을 방문, 감사인사를 전했다. 왼쪽부터 김씨의 어머니 권옥숙씨·김씨·김두겸 남구청장. [울산 남구청 제공]

“저 알아보시겠습니까, 구청장님. 4년전 도와주신 덕분에 대학 졸업하고 선생님 됐어요.”

1일 휠체어 탄 20대 지체장애인이 울산 남구청장실로 들어서더니 김두겸 구청장의 손을 꽉 잡았다. 얼떨떨해하는 김 구청장에게 그는 ‘울산혜인학교 고등부 담임교사 김동근’ 명함을 건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10년전인 14살 때부터 ‘근이양증’이라는 중증 희귀난치병에 걸려 근육을 거의 쓸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어머니 권옥숙(50)씨의 헌신적 보살핌 속에 교사가 되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그 결과 2006년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가정형편상 150여만원의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꿈을 접어야하는 벼랑에 몰렸다.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등록금을 마련해준 사람이 당시 남구의회 의장이던 김 구청장이었다.

용기백배한 김씨는 가난과 신체 장애의 벽을 넘어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 교원임용시험에 당당히 합격했고 지난달 23일 울산혜인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일반인도 직장 갖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청년실업난 시대에 24세로 공립학교 정규직 교사라는 당당한 직업을 까지 갖고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다.

김 구청장은 “내 손으로 장학금을 전달해준 기억은 나지만 오래전 일이라 직접 등록금을 부담해준 사회단체가 어딘지도 가물가물한데…. 그 때의 작은 도움이 이런 큰 보람으로 결실을 맺을 줄 몰랐다”며 감격했다.

김씨는 “내 학창시절처럼 심신장애와 가난의 굴레와 싸우고 있는 제자들을 당당한 사회인으로 키워내 지금까지 도움을 준 어머니와 구청장님 등 모든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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