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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납북 전 의원 아들 북 사망 통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얼굴이라도 다시 한번 보는 게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믿을 수 없어요. " 1987년 유럽여행 도중 납북됐던 아들 이재환(李宰煥.당시 25세)씨가 숨졌다는 소식을 15일 전해들은 가족들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 이영욱(李永旭.69.전 민정당 국회의원)변호사와 어머니 변양자(卞良子.64)씨는 오후 7시 통일부로부터 통보를 받을 때까지 아들과 재회하는 꿈을 꿔왔다.

그러나 14년 동안의 기다림은 끝내 한이 되고 말았다.

재환씨는 그해 7월 미국 MIT대에 재학 중 방학을 이용해 유럽여행을 갔다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종됐다.

실종 직후 당국은 "재환씨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됐다" 고 발표했다. 납북 한달 뒤인 8월 그가 평양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당국을 통해 전해들은 가족들은 재환씨의 송환을 위해 매달려왔다.

李전의원은 99년 4월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엔에 아들의 구출을 위한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어 적십자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다.

李전의원은 "조금만 날씨가 추워도 재환이가 겪을 고통이 힘들까봐 걱정해 왔는데…" 라며 "너무도 허탈한 심정" 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99년 1월 李씨 등 22명의 납.월북자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있다고 발표한 바 있어 李씨의 사인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번 생사.주소확인 회보서에 재환씨의 사망사실만을 통보했고, 사망이유와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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