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집앞 눈치우기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폭설이 내린 15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안내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파트만큼은 우리 주민이 스스로 제설작업을 실시해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합시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동마다 30여명씩 6백여명의 주민이 나와 아파트 현관 입구 주변과 주차장 주변에 두껍게 쌓인 눈을 치웠다.

눈이 갑자기 내린 탓에 관리사무소도 미처 제설장비를 준비하지 못했지만 주부들은 빗자루.플라스틱 양동이.쓰레받기까지 들고나와 눈을 치웠다. 저녁 무렵에는 퇴근한 직장인들도 동참해 밤 늦게까지 눈을 치웠다.

32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었지만 주민의 협력으로 설란(雪亂)을 이겨내는 현장이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번 폭설에 직원들끼리 제설작업을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며 "눈을 치우자는 관리사무소 방송에 이렇게 많은 주민이 나와 제설작업을 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주민 安인숙(45.여)씨는 "지난번 폭설 때보다 주민의 의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눈 청소를 했다" 고 말했다.

골목길의 자발적인 눈 치우기는 서울 곳곳에서 이뤄졌다.

서울 영등포구청 부근에서도 이날 오후 '고사리 손' 까지 포함해 일대 주민 1백여명이 눈발을 맞으며 쌓인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빙판을 깨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달부터 내집 앞 눈치우기운동을 주도하기 시작한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회원 1백여명도 이날 서울 대학로 주변과 강남구 도곡동 삼익아파트 등지에서 눈을 치웠다.

경찰도 이날 전.의경 등 병력 3만여명을 동원해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웠다.

이경희.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