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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김평균씨 살림살이 좀 나아졌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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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도시에 사는 근로자 ‘김평균’(44)씨는 지난해 한국 경제가 0.2% 성장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기분 좋은 소식이다. 4인 가족의 가장인 그는 스스로 평균적인 한국의 월급쟁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과연 그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을까. 김씨는 가계부를 꼼꼼히 들여다봤다.


지난해 매달 벌어들인 돈은 423만원(맞벌이 포함). 이 중 회사에서 받은 월급(근로소득)이 384만원이었다. 노후를 위해 마련한 조그마한 점포에서 나오는 임대소득을 포함해 사업소득으로 15만원이 들어왔다. 이전소득도 12만원이나 됐다. ‘13월의 급여’라는 연말정산을 꼼꼼하게 한 데다 이리저리 받은 돈도 꽤 됐다.

하지만 김씨의 소득은 1년 전보다 월 4만5000원가량 감소했다. 회사가 비용 감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근로소득(-5만4000원)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체 가구(2인 이상)의 지난해 월 평균소득은 344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 늘었다는데 4인 가구의 가장인 김씨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사실 전체 가구의 소득도 물가를 감안하면 1.3% 하락한 것이다. 벌이가 이처럼 시원찮은 것은 지난해 고용률이 58.6%로 2008년(59.5%)보다 떨어진 탓이 크다. 뭐니뭐니해도 소득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근로소득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번 돈 가운데 346만원을 썼다. 그중 266만원은 실제 소비에 들어갔고 나머지 80만원은 세금(18만원)과 연금(13만원), 사회보험료(11만원) 등을 내고 이자(9만원)를 갚는 데 썼다. 정부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을 깎아 줬다고 하더니 실제로 김씨가 내는 세금이 1년 전보다 월1만원 정도 줄었다.

소비 항목에서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역시 교육비(51만원)였다. 애들 학원비(32만원)가 절반을 넘었다. 교육비 부담을 줄여 주겠다고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건만 매달 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1년 전보다 되레 3만원 정도 늘었다. 가구 전체로는 술·담배에 들어가는 돈이 1270원 줄었다지만 샐러리맨의 스트레스 탓일까. 김씨는 364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 생계비를 줄이기 위해 외식비를 아끼려다 보니 음식·숙박비로 쓴 돈이 35만원으로 전년보다 6000원 정도 줄었다.

서경호 기자

◆김평균씨=한국의 대표적인 도시근로자 가구주를 나타내기 위해 지은 말. 우리나라 전체 가구 10곳 중 6곳이 근로자 가구다. 2009년 근로자 가구의 가구주 연령 평균은 44.4세다. 가구원 수를 기준으로 보면 4인 가구가 가장 많다. 전체의 61%가 외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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