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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안전한 국내 원전 설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원자력은 현재 국내 총발전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발전원이다.

전력을 값싸게 생산.공급해 국민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으며 고유가 시대에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인 우리의 처지를 감안할 때 원자력은 이제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기후변화협약에도 대비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아직도 원전에 대해 막연히 불안과 의혹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상을 이해하지 못한 채 원자폭탄이나 옛 소련의 체르노빌원전사고 등을 연상하며 강한 공포를 갖고 있는 탓인 것 같다.

일본이 전세계 국가 중 유일한 원자폭탄 피해당사국이면서도 전국민의 이해와 협조로 세계 3위의 원전국가가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현대 과학문명은 모두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뒷받침되더라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완전할 수 없고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원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성과 환경친화성이 월등히 뛰어나지만 방사선 문제로 안전성 측면에서 의심받고 있다.

그럼에도 선진국일수록 원자력 발전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우리 국민은 한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 20%.프랑스 75%.벨기에 58%.스웨덴 47%.스위스 36%.일본 36%.핀란드 33%.독일 31% 등이다.

원전의 최우선 안전수칙은 운전 중이나 사고시에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 외부에 절대로 누출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설비의 30% 정도가 안전설비에 투자되고 있다.

이렇듯 원전은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해 다중(多重)심층방어개념으로 설계됐다. 다중심층방어개념이란 사고방지와 방사성 물질의 누출방지를 위해 안전설비를 겹겹으로 두고 첫번째 시스템이 무너지면 다음 시스템에서, 다음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다음 시스템에서 중첩해 방어하도록 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와 같은 안전설비 외에도 5중의 방어벽을 갖추고 있어 유사시 방사성 물질의 외부누출을 최종적으로 막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원전에 대해 얘기할 때 원자력발전소가 원자폭탄처럼 폭발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기초적인 물리지식의 부족에 따른 것이다.

원전이나 원자폭탄 모두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근본적인 원리가 다르다.

우라늄이 폭탄이 되기 위해서는 우라늄 235가 1백% 가까이 농축돼야 하며 핵폭발에 필요한 최소한의 질량과 크기가 돼야 한다. 이를 임계질량이라고 하는데 최소 질량은 10㎏이며 부피는 소프트볼 크기를 말한다.

그러나 원전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은 우라늄 235를 2~5% 농축한 것으로, 임계질량을 달성할 수 없어 절대 폭발할 수 없다.

알콜성분으로 구성돼 있는 공업용 알콜과 맥주의 차이점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공업용 알콜은 불을 붙이면 잘 타오르지만 맥주는 아무리 불을 붙이려 해도 타지 않는 이치와 같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는 감속재로 사용하는 흑연이 고온에서 수증기와 반응하면서 화재로 폭발한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은 연료인 우라늄이 원자폭탄처럼 폭발한 것이 아니라 감속재가 폭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감속재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할 위험이 전혀 없고, 다중시스템으로 원자로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폭탄처럼 폭발할 가능성은 더 더욱 없다.

高進錫.한전 고리원자력본부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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