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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전지훈련 풍속도 '우린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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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나만의 색깔로 승부를 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스트레칭과 체력 단련, 오후엔 타격과 수비 훈련.어찌보면 단순함과 꾸준함이 훈련의 미덕이지만 반복적인 일상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전지훈련이 한창 무르익는 이때쯤 각 구단은 훈련 극대화를 위한 묘안 찾기에 골몰한다. 그 대안은 개성있는 훈련이다. 획일적인 훈련에서 벗어나 팀의 특색을 최대한 증폭시킬 수 있는 각 구단의 색다른 훈련 현장을 찾아가 보자.

◇ 주경야독(晝耕夜讀) = 자율야구를 표방하고 있는 이광환 신임 감독의 부임과 함께 한화의 훈련 모습은 학구적이다. 낮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보통'훈련을 하지만 휴식을 가져야 할 저녁마다 토론회를 개최한다.

주제는 ▶프로란 무엇인가 ▶내가 지도자라면 ▶프로 야구 발전을 위해 등이다. 선수들은 물론 당혹스러워 한다. 지난 12일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주장 장종훈은 "차라리 운동만 하는 게 낫지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하려니 진땀이 났다"고 토로했다. 이감독은 "선수들 각자 자신의 플레이를 되집어 보고 생각하는 야구를 펼치게 하기 위해 이런 시간을 갖고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 맺고 끊기 = 삼성은 화끈하다. '맹조련사'김응룡 감독은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혹독한 훈련으로 강행군을 하고 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훈련은 오후 4시까지 이어진 뒤 저녁식사후 7시부터 또다시 3시간가량 야간 특수훈련에 돌입한다. 약간의 게으름만 보이면 바로 귀국 조치의 엄명이 떨어진다.

선수협 파동에서 벗어나 있어 다른 구단보다 앞선 지난달 15일부터 강훈이 이어지자 선수들은 녹초가 되고 말았다. 그러자 13일부터는 아예 훈련을 취소했다. 대신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장에서 가까운 카지노에서 3일간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선수들을 풀어주었다." 할 땐 하고 쉴 땐 쉬게 해줘야 능률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게 구단의 복안이다.

◇ 감독도 뛴다 = 뛰어난 기량과 별도로 LG 선수들은 개인 플레이 위주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지난 겨울 선수협에 1순위로 선수 전원이 가입하면서 선수들과 구단의 골이 깊어졌다. 신교식 단장의 해임도 이에 따른 책임론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발동의 불이 떨어진 것은 코칭스태프다. 어떻게든 구단 전체의 융화가 확립되야 훈련 성과도 제대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광은 감독이 웃옷을 벗어 제쳤다. 체력 테스트 때마다 양준혁 등 그간 훈련이 부족한 선수들이 헉헉거리면 이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며 함께 뛴다. 이감독은 "감독이 단순한 지시만을 내리던 시절은 지났다. 그들과 같이 호흡하며 운동장에서 뒹굴어야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정신수양 = 호주 시드니에서 전지훈련중인 SK선수들은 매일 1시간씩 '한자(漢字) 쓰기' 시간을 갖는다. 바른 자세로 앉아 한자한자 써내려가면서 마음을 가다듬자는 것이다. 최태원 선수는 "처음에는 붓을 드는게 어색했지만 이젠 집중력을 키우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됐다"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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