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금고 사장 "BIS비율 맞추려 허위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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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동아금고가 부실을 10년동안 숨긴 채 우량금고로 포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부실대출이 생기자 이를 감추기 위해 대출에 대출을 거듭해 막고 회계장부도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동아금고 김동렬 사장은 13일 전화통화에서 “지난 10년동안 부실을(장부에)반영하지 않고 김동원 회장이 이자를 내면서 메워왔다”며 “이런 금액이 모두 1천3백억원쯤 된다”고 밝혔다.

金사장은 “10년전 부도 처리된 60억원의 대출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복리이자를 내면서 다른 대출을 일으켜 막다 보니 5백억원으로 불어났다”며 “특히 환란 직후부터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실 판정을 면하기 위해 대출로 이자를 갚는 악순환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동아금고는 지난해 6월 결산에서 업계 최고인 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BIS 비율이 7.24%라고 발표했었다.

金사장은 또 대주주인 김동원 회장이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2천5백억원 가운데 대부분을 금고의 이런 부실을 막는데 썼다며 항간에서 제기되는 로비설 등을 부인했다.

金사장은 “1999년 국민금고(현 오렌지금고)를 인수할 때 金회장이 2백50억원을 출자했으며,부실금고였던 국민금고를 떠안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받았다“며 “그런데 자금지원 대가로 국민은행에 제공한 채권값이 폭락해 2백50억원이 넘는 손해를 金회장이 추가로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아금고는 결국 국민금고 인수때문에 망한 셈”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金사장은 또 “金회장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투자에 나섰다 약 7백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을 그토록 오래 키워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법대출은 핵심 간부 몇명만 알 정도로 은밀하게 이뤄졌고 금감원 검사에선 계좌추적을 할 수 없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들을 불러 동아금고 사건의 전모를 파악 중”이라며 “金회장이 빼돌린 불법대출금을 최대한 환수하는데 수사의 촛점이 맞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렬·최현철·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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