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로 화백 거주했던 수덕여관 4월께 경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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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 현대미술계의 거장 고암(顧菴)이응로(李應魯·1904∼1989)화백이 거주해던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 입구의 수덕여관이 오는 4월께 경매에 나온다.

수덕여관의 소유주인 고암의 친척 李모씨는 최근 “건물이 낡아 손님이 없고 유지·관리가 어려워 ㈜서울경매에 경매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수덕여관은 고암이 1944년 구입한 후 6·25때 피난와 6년간 살았다.57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고암은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뒤인 69년 이곳에 다시 잠시 머물렀다.

70여년된 초가(草家)인 수덕여관은 재개발 지역으로 분류돼 한때 헐릴 위기에 놓였으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96년 충남 문화재 기념물(103호)로 지정받았고 여관 뒤뜰에는 고암의 문자추상화가 새겨진 화강암 암각화 2점이 있다.

서울경매측은 “오는 4월 명품경매 행사에 출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덕여관 부지(4백56평)는 수덕사 소유이고 함께 경매 의뢰한 암각화와 우물도 수덕사와의 소유관계가 명확치 않아 경매에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경매가 되더라도 인수자의 매수목적이 문화재 보호관리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현재 수덕여관에는 고암의 미망인 박귀희(92)여사가 살고 있다.

예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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