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뒤집어 본 정치] 당 밖에서 당내위상 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소신인가' '차기 대선을 의식한 도박인가' .

요즘 "언론과의 전쟁 불사" "조폭적 언론이 내게 이지메를 가하고 있다" 는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엇갈린 해석이다.

盧장관은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언론 횡포에 대한 소신을 말한 것 뿐이다.

시민들이 언론의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나를 굳게 지켜주리라 믿는다" 고 주장했다.

반면 "차기 대선에 앞장서 나서려는 정치적 모험" 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익명을 부탁한 민주당 당직자는 11일 "소신 못지않게 대선을 겨냥한 여러 계산이 깔려 있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盧장관은 재야출신의 개혁 성향에다 영남 출신의 간판을 내세워 대선 고지에 접근하는 것으로 비춰왔다. 그러나 "경쟁자의 출현으로 그런 전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는 게 당 내부의 지적이었다.

같은 재야출신인 김근태 최고위원이 개혁 면모를 다듬어왔고, 김중권(金重權)대표는 여권 내 영남쪽 상징 주자로 활동공간을 급속히 넓히고 있다.

더구나 "지게 진 사람과 갓 쓰고 밥 먹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 안된다" (南宮鎭 청와대 정무수석)는 '무임승차론' 과 김대중 대통령의 '강한 여당론' 은 대다수 차기 주자들에게 당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라는 부담으로 등장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당내 기반이 약한 盧장관이 무언가 전기(轉機)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그런 발언을 했을 것" 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盧장관이 金대표를 '기회주의자' 로 비판하고, 자신과의 영.호남 연합 대상이 될 수 있는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의 국회연설(6일)을 "역대 최고 연설로 DJ를 연상시킨다" 고 극찬한 대목도 이와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이런 분석에 대해 盧장관측은 "비약이다. 순수한 문제 제기" 라고 반박한다.

盧장관의 발언을 그의 행태와 비교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있다.

1988년 5공 청문회로 스타가 된 그는 89년 한때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가 속했던 YS쪽에선 "당보다 개인 인기를 앞세워 너무 튄다" 고 비난했다.

98년 종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4.13 총선 때 '사지(死地)' 인 부산에서 출마했다. 주변에선 "힘든 선택이나 떨어져도 해볼 만한 도박"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당선되면 당권에 도전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그는 소신과 파격을 적절히 섞어 정치적 위상을 관리해왔다" 면서 "그런 행태가 성공한 적도 있고 실패한 적도 있다.

이번 발언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이라고 말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