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푸르거니
겨우내 엎드렸던 볏짚
풀어놓고 언 잠자던 지붕 밑
손 따습게 들춰보아라
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
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
이 바람 끝으로
옷섶 한 켠 열어두는 것
잊지 않으마.
내 살아 잃어버린 것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
- 고두현(1963~) '남으로 띄우는 편지'
남녘 어느 초가집 지붕 끄트머리 눈은 다 녹고, 나래 속에 봄은 왔느냐. 잡을 수 없는 그리움처럼 아른아른 아지랑이 피어나겠다.
양지 쪽 돌 각담 밑에 꽃다지, 냉이 잎에 푸른 기는 돌아왔더냐. 들 건너 얼음 조각 떠내려가던 강물에 피라미들은 비늘 반짝이며 돌아다니더냐. 걱정 말거라 걱정 마. 네 모습도 나에게서 가장 오래도록 빛날 터이니.
김용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