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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신 갚겠다" 서약서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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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빚을 받기 위해 채무자의 가족까지 압박해 변제를 요구하는 채권추심 업체의 횡포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는 21일 전기업체 Y사가 신용정보 업체를 통해 채무자의 어머니 김모(73)씨에게서 '빚을 대신 갚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낸 뒤 김씨를 상대로 낸 1억6000여만원의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은 채권추심업자의 행위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 외의 다른 사람과 '빚을 대신 갚겠다'는 약정을 하는 행위는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령에 교육수준도 낮고 시력도 나쁜 채무자의 어머니에게 '아들이 형사사건에 연루돼 있는데 여기 서명만 하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압박해 서명을 받아낸 것은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며 "따라서 원고는 신용정보업체가 김씨에게서 받아낸 서약서를 근거로 채무변제를 요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Y사는 2002년 4~8월 C사에 1억6000여만원을 빌려주면서 C사 대표인 유모씨가 연대보증했으나 빚을 갚지 못하자 신용정보 업체에 채권추심을 위임했으며, 신용정보 업체는 지난해 3월 충남 공주에 혼자 사는 유씨의 어머니를 밤에 찾아가 서약서를 받아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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