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광풍’ 위기경영 1년 뒤 … 포스코 영업이익률 8배로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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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에 광풍이 휘몰아치는 상황이다. 속도를 줄이고, 자세를 낮추면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2009년 4월 1일 정준양(사진) 포스코 회장의 창립 41주년 기념사는 절박했다. 두 달 전 포스코의 지휘봉을 잡은 그의 앞엔 대공황에 버금간다는 글로벌 위기가 놓여 있었다. 정 회장은 군살을 빼는 방법으로 불황과 정면으로 맞섰다.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산을 단행했고, 대대적인 원가절감에 돌입해 1조3595억원을 아꼈다. 그 결과 2분기 2.7%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은 4분기 21.8%로 올라갔다. 지난해 신일본제철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포스코는 3조17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정 회장이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 첫해, 그는 자신의 창립 기념사대로 위기 극복과 체력 비축에 집중했다. 그렇게 비축한 체력이 올해 포스코가 펼치는 공격적 경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은 포스코의 조직문화에도 변화를 불어넣었다. 그는 ‘잘 노는 포스코인’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예 회사에 놀이 전용공간인 ‘포레카’를 만들었다. 포스코센터 동관 4층 전체를 차지하는 이 공간에서 직원들은 놀고, 쉬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춘다. 오픈 당일 정 회장은 직접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게임을 즐겼다. 포스코 관계자는 “잘 놀고 잘 쉬는 데서 생기는 창조적 능력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기 2년째인 정 회장의 화두는 ‘포스코 3.0시대’다. 지난 42년이 포스코의 창업과 성장의 시기였다면, 이제 매출 100조원의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의미다. 포스코가 국내외 철강 부문 투자 6조원과 M&A 실탄용인 성장투자 3조원 등 9조3000억원의 사상 최대 투자비를 책정하고, M&A와 신사업을 주관하는 성장투자사업부문을 신설한 것도 이런 포석에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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