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씨의 '별난' 인권운동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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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청송.진주.대전 교도소…. 최근 1년 동안 그녀가 들락거린 감옥이 10여 곳이다.

"나쁜 짓을 저질러 감옥에 갇혀 있는 재소자들에게도 인권은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인권단체 '인권운동 사랑방' 의 김보영(金甫英.여.27)씨. 기본권 침해를 호소하는 재소자를 만나기 위해 감옥을 전전하는 '감옥 담당 간사' 다.

갇힌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그녀의 일이다.

그녀는 재소자들에 대한 일부 교도관의 가혹 행위가 아직도 있다고 주장했다.

"수갑 차고 포승에 묶인 채 매를 맞았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일을 당하고도 자신의 기본 권리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다는 게 더 큰 문제지요. "

재소자들이 외부로 보내는 편지는 교도소에서 검열하는 것이 관례. 그러다 1999년 말 교도소내 가혹 행위 등과 관련해 법무부에 청원서를 보내는 경우는 검열을 못하도록 형행법이 바뀌었다.

하지만 시행령에는 '교도소 운영과 관련, 내용이 과장.왜곡된 서신에 대해 교도소에서 발송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는 규정이 있어 개정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수형 시설의 수용 능력에 비해 재소자가 너무 많아 부작용이 있다고도 했다.

교도소.감호소 등 수형 시설은 전국에 44곳. 수용 능력은 5만명이지만 현재 6만5천여명이 갇혀 있다는 것이다.

"4.5평 감옥에 10여명씩 수용된 경우도 많아요. 몸이 아파도 치료를 받기 위해 석 달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구요. "

규정상 면회 시간은 30분 이내지만 그녀가 재소자 한 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5~10분에 불과하다. 서너시간씩 버스를 타고 찾아가 이뤄지는 짧은 만남이 늘 아쉽다.

"교도소에서 부당하게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이 출소 뒤에 제대로 사회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교화가 목적이라는 수형 시설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을 품게 되지 않을까요. "

그녀는 "재소자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교도관들이 간혹 있지만 의욕을 가지고 이들을 교화하려고 노력하는 교도관이 더 많다" 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재소자들을 만나고 온 뒤 '교도소 분위기가 달라졌다' , '죄를 짓고 온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는 감사 편지를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 토박이인 그녀는 지난해 3월 '감옥 담당 간사' 가 되기 전까지 한 번도 감옥에 가보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보습학원 강사로 일하다 98년 참여연대 자원활동가로 일한 것이 시민운동과의 첫 인연이다.

참여연대 활동중 소외 계층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알게 된 것이 인권단체에 뛰어든 배경이다.

3월 말쯤에는 인권운동 사랑방에서 감옥 전문 단체(가칭 '갇힌 자들의 벗' )가 별도로 독립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단체에서 감옥 담당 간사로 일하며 갇힌 이웃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성시윤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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