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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 또다시 실향 아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의 '아바이 마을' 에서 이산의 아픔을 달래던 실향민들이 또다시 정든 땅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관광선 부두 공사 예정지로 편입돼 실향민 일부가 집단이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환동해권 카페리 항로 개설에 대비,지난해 11월 2만∼3만t급 여객선을 접안시킬 수 있는 동명항 관광부두 1단계 조성 공사에 착공한데 이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2,3단계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단계 공사가 착공되면 다목적 시설 예정지구로 계획돼 있는 청호동 9,10통 지역 주민들을 집단 이주시킬 계획이다.

이곳에는 아바이 마을로 불리는 청호동 9∼17통에 사는 실향민 1백59가구(1∼2세대 4백20여명) 가운데 60여가구가 밀집돼 있다.

지난해 1,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때 상봉자가 1명도 없었던 이곳 실향민들은 ‘제 2의 실향’에 서운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실향민들은 “피난 이후 고향 갈 날만 기다리며 백사장에 판자집을 짓고 50년 가까이 살아왔다”며 “이주를 하더라도 함께 모여 살며 실향촌의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80억원을 들여 인근 조양동 청초호 유원지 4천9백50㎡의 부지에 실향민 관광문화촌을 조성해 이들을 옮길 계획이다.

올해 기본설계 등을 마친 뒤 기반시설공사를 시작해 2004년 완공한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현재 2,3단계 공사는 기본계획안만 마련된 상태이며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2004년까지 주민 이주가 불가피하다”며 “이주 대책은 속초시·주민 등과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속초=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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