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파괴는 정당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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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핵무기는 국제법상 불법이므로 이를 파괴하는 것은 정당행위다."

반핵단체의 구호처럼 들리지만 실은 영국 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맨체스터 지방법원은 지난 1월말 해군기지에 몰래 들어가 핵무기가 탑재된 원자력 잠수함을 파괴하려다 붙잡혀 기소된 영국 여성 두명에 대해 이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반핵단체 회원인 두 여성은 1999년 11월 영국 북부의 배로 해군기지에 숨어들어가 정박 중인 트라이던트 원자력 잠수함을 망치로 부수려다 군인들에게 체포됐다.

이들은 군사시설을 파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들은 "대량살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핵무기를 정치인들이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선 시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며 무죄를 주장했고 배심원들은 이들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 판결로 반핵단체의 핵무기 파괴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발포권이 있는 특수부대원을 배치하려던 영국 국방부의 계획이 난관에 부닥치게 됐다.

영국에서는 96년 "전투기가 인도네시아에 수출돼 동티모르에서 대량학살에 사용될 우려가 있다" 며 전투기 제조공장에 침입한 여성 네명에게도 무죄 평결이 내려진 적이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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