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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편의 쇼킹연극 무대가 후끈후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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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충격적인 상상력으로 객석을 압도할 연극 세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창단 41년을 맞은 실험극장은 '에쿠우스' (피터 쉐퍼 작, 한태숙 연출)를 오는 9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린다. 4년만이다.

75년 국내 초연돼 최장기 공연과 최다 관객동원을 기록한 에쿠우스는 이번에 처음으로 소극장을 벗어나 중간 규모인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에서 남자로 설정된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역을 여배우 박정자씨가 맡는다는 점. 또 여자판사 헤스터역에는 반대로 남자배우 한명구씨가 캐스팅됐다.

말 여섯마리의 눈을 찔러 멀게 한 소년 알런과 그를 치료하는 의사 다이사트의 만남을 통해 본능과 영혼 사이의 갈등, 애정없는 무기력한 삶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을 묘사했다.

알런과 그의 여자친구인 질이 마굿간에서 성관계를 갖는 장면도 원작 그대로 나체로 재현한다. 피아노 반주와 소프라노의 불협화음이 극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02-764-5262.

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저녁' (윤형섭 작, 성준현 연출)은 부모의 권위와 집착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아이들의 반란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초연에 이은 앙코르 공연이다. 이 작품에서 성과 폭력은 기성세대의 억압을 고발하는 수단이다. 엄마에 대한 아빠의 성폭력, 엄마와 아들의 근친상간, 부친 살해 등 쇼킹한 장면으로 가득차 있다. 차가운 신시사이저음악이 배경으로 흐른다. 심영민.김가인.김현옥 등 출연. 영어와 일어 자막이 마련돼 있다. 14일까지. 02-929-4498.

이현화.채윤일 콤비의 대표작 '산씻김' 도 20일부터 3월 4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재공연된다.

살아있는 사람을 씻김굿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간 내면의 새디즘과 매저키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화를 빌려쓰기 위해 고속도로변 어느 사무실을 찾은 여자는 그곳에서 이상한 여인들에 의해 린치를 당한다.

청진기와 쇠망치.쇠고리.수술용 메스 등을 가지런히 놓고 씻김굿을 거행하는 것. 옷이 갈기갈기 찢겨 전라가 된 여자가 나중에 가해자를 폭행하는 상황의 역전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지니고 있던 폭력성을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다. 02-334-5915.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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