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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여로' 30년만에 컴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TV드라마 '여로' 가 30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 지난 2일 밤.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앞서 치른 광주.부산공연과 너무 다른 객석 분위기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박수치고 환호하고, 울다 웃다,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됐던 지방공연과는 달리 서울공연은 시종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공연을 마친 분장실에서는 "관객들이 너무 정색을 하고 보니까 마치 오페라 공연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다. 그렇다고 관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3층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객석을 메웠고, 일찌감치 암표장사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을 쳤다.

변함없는 장욱제씨의 바보 연기와 사실감 넘치는 무대세트, '슈샤인 보이' 등 흘러간 가요와 밴드연주는 시간을 30년 전으로 되돌려놨는데도 객석은 매우 정돈된 분위기였다.

극단 세령의 한 관계자는 "광주에서는 관객들이 공연 초반부터 훌쩍거리고, 구박받는 분이를 보고 '불쌍해서 우짜 쓸까. 시에미 저 X, 죽여야 돼' 라며 큰 소리로 떠들어 극 진행이 다소 불편했을 정도" 였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무대 위의 배우들이 객석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함께 울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에 분이와 영구가 15년만에 만나는 장면에서도 관객 전원이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던 지방공연과는 달리 서울에서는 '부분 박수' 만 나왔다.

예술감독을 맡은 김용현씨는 "순박한 지방 사람들에 비해 서울 정서가 메말라 있기 때문일까□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30년전으로 돌아가서 극중 인물과 희로애락을 함께 느껴줬으면 좋겠다" 고 주문했다.

여로는 오는 11일까지 서울공연을 마치고, 수원(17~18일)과 대전(21~22일), 청주(24~25일), 대구(3월 3~4일), 전주(3월 10~11일)로 자리를 옮긴다. 내년 미국공연도 추진 중이다. 1588-7890.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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