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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 참관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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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달 28일 4일간의 일정을 끝낸 제28회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은 개최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만화 페스티벌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럽 만화의 거장전이 많은 가운데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게 있다면 일본 만화특별전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출판만화축제인 앙굴렘페스티벌이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일본 만화의 수준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파리에서 테제베(TGV)로 약 두 시간 거리인 앙굴렘은 프랑스국립만화영상연구소(CNBDI)가 위치한 만화의 도시. 페스티벌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만화로 뒤덮인다.

국내의 페스티벌처럼 특정 전시장에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흩어진 기반 시설을 행사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성당에서는 크리스천 만화 전시회가, 분수대에 임시로 지은 전시장에서는 젊은 작가전이 열리는가 하면 시청이 행사장으로 이용되는 등 수많은 전시와 부스, 그리고 특별행사들이 작고 아름다운 도시 앙굴렘 곳곳에 자리잡았다.

길을 잃을 염려가 전혀 없을 듯한 작은 도시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며 새로운 전시장을 발견하는 기쁨은 앙굴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은 전 해의 그랑프리 수상자가 다음 해의 위원장을 맡는데, 올해에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페스티벌 레이디가 탄생했다.

지난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그랑프리를 거머쥔 플로렌스 세스탁은 페스티벌 기간 내내 붉은 머플러를 두르고 행사장을 누볐다.

유럽만화 거장전이 열린 CNBDI에서 만난 플로렌스 세스탁의 작품은 특유의 유머와 다채로운 스타일이 이 페스티벌의 수상작가라는 경력을 뒷받침해 주었다.

벨기에의 대표적인 만화 작가인 봅 드 무어와 조한 드 무어의 전시는 보기 드문 부자(父子)만화가에 대한 오마주였다.

앙굴렘에서 처음 접한 아프리카 만화도 독특했다. 주로 계몽적인 내용이었지만 아프리카에도 만화가 있음을 확인한 전시였다.

창간 30주년을 맞는 프랑스 만화잡지 레코 데 사반의 전시도 유쾌했다.

성적인 팬터지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2001년 그랑프리를 수상한 마르탱 베르욘의 작품도 이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입장객을 기록한 전시는 사이버 만화전. 디지털과 인터넷은 프랑스에서도 최대의 화두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국제 전시와 학생전, 언더그라운드 전시 및 팬진 판매장, 벼룩시장, 대형 출판사 부스와 각종 콘퍼런스가 열리는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는 올해에도 20여만 명이 다녀갔다.

박인하(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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