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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국산 169개 품목 41개국 수입시장서 선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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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이 수입하는 휴대폰(셀룰러 폰) 두대 중 한대 정도(43.9%)는 한국산이다. 공사현장이나 운동할 때 쓰는 안전모(헬멧)도 열개 중 두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리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한국산 밍크담요는 최고의 인기상품이다.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추운 사막기후를 감안해 1980년대부터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올해 수출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어려울 전망이다. 연간 수출이 7~8%선의 한자릿수 증가율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남다른 마케팅전략과 품질로 주요국가들의 수입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상품도 많다.

◇ 1위 상품에 희망있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29일 무역관장회의에서 발표한 '수출환경 현황' 자료에 따르면 41개국에서 1백69개 품목의 한국산 제품이 현지 수입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KOTRA가 처음으로 집계한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상품이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섬유원자재 금속원자재.신발류 부품 등 모두 34개 상품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선두주자다.

업종별로는 섬유.화학.철강.전자산업의 중간재나 부품 등 원부자재에서 호조다.

그러나 최종 소비재로 미국.일본 등 주요 수입시장에서 최고자리에 오른 제품들도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한국산 전자레인지(49.3%), 벽걸이형 에어컨(45.4%), 안전모, 셀룰러폰 등이 자리를 잡았다.

스웨덴 식탁에서 사용하는 수입 나이프 10개 중 2개가 한국산이고 벨기에는 수입 낚싯대의 63%(33만달러)를 한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 시장개척이 열쇠〓끈질긴 시장개척을 통해 선두를 차지한 제품들도 적지 않다. 미수교국인 쿠바에서는 한국산 TV.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30~6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997년 쿠바에 진출한 LG전자 등 한국업체들은 처음부터 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를 만들어 애프터서비스에 강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덕분에 독보적인 지위를 굳히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천5백만달러에 이르는 위성방송 수신기시장의 대부분을 한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이슬람국으로 방송통제가 심해 다른 나라에서는 아예 수출할 엄두도 못내고 있을 때부터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을 계속한 결과 99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위성방송 수신기 수입을 허용하자 기존의 인지도를 활용, 시장을 확실히 선점한 것이다.

파나마 냉장고시장은 한국산이 88%를 석권하고 있다. 이는 현지 생산이 안되는 '성에가 끼지 않는 냉장고' 라는 품질을 내세운 마케팅과 함께 현지 물류기능을 장악하면서 다른 나라 제품들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난관은 여전〓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 수입시장에서 지난해 한국상품의 점유율은 3.29%로 99년(3%) 이후 3%대를 지키고 있다.

일본시장에서는 지난해 5.41%의 점유율로 99년(5.19%) 처음 5%대에 진입한 이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8.26%(99년 7.98%), 일본시장에서는 14.54%(99년 13.85%)를 점유하는 등 계속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무역관장들은 한국이 중국 등 후발국들의 저가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역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런던무역관 이용승 관장은 "선진국시장에서 한국제품의 품질은 인정을 받는데 브랜드가 약해 OEM수출을 하거나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 라며 "한국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가 국가 인지도보다 낮다는 점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수립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황두연 KOTRA 사장은 "올해 수출환경이 어려울 전망이지만 시장은 뚫기 나름" 이라며 "한국상품 중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상품과 그 상품의 성공요인을 찾아내 분석해 보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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