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과음과 변덕… 북침 우려"-LA타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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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은 1968년 북한의 청와대 기습(1.21사태)과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피랍으로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됐을 때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의 '과음과 변덕' 때문에 남한이 북한을 공격하는 사태가 발생할까 우려했다고 LA타임스가 지난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미 국무부가 기밀해제한 문서들을 인용, "朴대통령은 60, 70년대에 한국의 경제기적을 설계한 규율 엄한 사람으로 알려져 왔지만 당시 미국의 린든 존슨 행정부는 그의 '불안정한(unstable)' 행동을 매우 걱정했었다" 고 전했다.

기밀해제 문서에 따르면 푸에블로호 피랍사건 해결을 위해 朴대통령을 만난 사이러스 밴스 미 특사(카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 역임)는 귀국 후 존슨 대통령과 각료들에게 "박정희는 변덕스럽고 욱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폭음을 한다" 면서 "그가 부인(육영수 여사)과 보좌관들에게 재떨이를 던지기도 했다" 고 보고했다.

또 CIA 서울지부장을 역임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도 최근 측근들에게 朴전대통령이 '술꾼' 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LA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68년 서울에서 근무했던 또다른 미 관리들이 "푸에블로호 피랍 후 朴대통령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미국인들에게 화를 냈으며 (미국은)당시 전쟁이 일어날 것을 매우 우려했다" 고 말한 것으로 소개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기록들은 냉전의 구도가 현재 한반도 상황과는 매우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당시 미국은 대북 협상에 유화적이고 박정희 정부가 강경했다는 점이 오늘날과 다르다는 것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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