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핵 장애물' 생략…북한-EU 수교 도미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과 유럽연합(EU)국가들과의 수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영국과의 수교 합의에 이어 올들어 벨기에.네덜란드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로써 EU 15개 회원국 중 북한과 수교한 나라는 모두 9개국으로 늘어났다.

또 독일은 지난 24일 각료회의를 열고 북한과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을 결정했으며, 스페인도 북한과 수교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룩셈부르크와 그리스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EU의회가 지난 17일 북한과 개별 EU 회원국간 수교를 촉구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면서 "EU 회원국들은 통일된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인권문제 등에 강경한 프랑스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일랜드는 시기선택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지난해 초까지 ▶핵.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결▶인권상황 개선▶남북관계 진전을 수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EU 국가들이 입장변화를 보인 것은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변한 한반도 정세 때문이라는 것이 외교통상부 당국자의 분석이다.

이 당국자는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때 EU 정상들에게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권유해 북한과 EU 국가들간 수교에 가속도가 붙었다" 고 설명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로페스 스페인 총리는 ASEM 회의 당시 서울에서 북한과의 수교방침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이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체제유지를 위한 대미 '담판 외교' 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EU 국가와 '인권문제 회담' 을 갖기로 합의한데다 주한대사의 북한대사 겸임을 수용한 것 등이 수교에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석열(柳錫烈)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도 국제사회 진출을 노렸으나 미국의 외교적 봉쇄와 남한의 견제로 성과를 못거뒀다" 면서 "그러나 북한의 전방위 외교정책과 정부의 햇볕정책이 맞아떨어지면서 EU 국가들과의 수교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EU 국가들과의 수교를 통해 경제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대량살상무기 및 인권문제에 대한 개선이 가시화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경제협력과 지원은 요원한다" 고 전망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