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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학생 일본서 철로 추락 취객 구하다 참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일본에 유학 중인 한국인이 도쿄(東京)시내 전철역에서 술에 취해 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철로로 뛰어들었다가 전철에 치여 숨졌다.

사고를 당한 이수현(李秀賢.27.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사진)씨는 26일 오후 7시18분쯤 도쿄 신주쿠(新宿)구 JR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중 만취한 사카모토 세이코(坂本成晃.37)가 미끄러져 철로로 떨어지는 것을 발견, 다른 일본인인 세키네 시로(關根史郞.47)와 함께 철로로 내려갔다가 때마침 달려온 전철에 치여 변을 당했다. 세사람은 모두 모르는 사이다.

아사히(朝日).마이니치(每日)신문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역내에서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던 사카모토가 철로로 떨어진 후 동료가 당황해 어쩔줄 몰라하자 주변에 있던 남자 두명이 차례로 철로도 뛰어들었다" 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도쿄로 건너와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赤門會)에 다니던 李씨는 이날 신오쿠보역 부근 인터넷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그는 다음달 귀국해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일본으로 건너와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학생들은 "李씨는 평소 의협심이 강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앞장서던 성격" 이라며 "컴퓨터 실력이 뛰어나 지난해 4월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가르쳐주거나 동료가 아프면 대신 출근했다" 고 말했다.

부산시 연산9동 고향집에는 아버지 이성대(李盛大.63)씨와 어머니(53).여동생(26)이 살고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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