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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제주 정방폭포 인물화가의 양심적인 행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중앙일보 20일자 쓴소리난에서 '관광객 울린 서귀포 상인' 이란 정정예씨의 글을 읽었다.

오징어 한 축을 10마리로 속인 못된 상인 때문에 속이 상했을 정씨를 위해 제주도에는 정반대의 사람도 많았음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지난해 제주도에 다녀왔다. 여행 코스 중 한 곳인 정방폭포에 이르렀는데 그곳에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못난(?) 내 얼굴을 맡겼다. 화가는 정성을 다해 얼굴을 그려주었으나 그곳에 머물기로 예정했던 시간이 30분뿐이라 미처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그림을 넘겨주면서 "뒷마무리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5천원을 깎아주겠습니다" 라고 겸손히 말했다.

그림을 받아들고 차에 탄 뒤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그 화가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선생님, 선글라스를 놓고 가셨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그것을 내미는 것이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 선글라스는 1996년 프랑스에서 1백달러를 주고 샀던 귀한 것이었다. 양심적인 화가가 있는 반면 오징어를 속여 파는 상인들이 있는 게 우리 사회다.

하지만 그 화가와 같은 사람들로 인해 아직 우리 사회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중경.강원사대부고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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