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휴일날 돈 찾는 데 수수료 왜 물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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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틴틴 여러분도 은행 통장이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혹시 은행이 문을 닫은 뒤 입구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찾아본 적이 있나요? 이럴 때 돈을 찾은 내용이 적힌 명세표를 보면 여러분이 찾은 돈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간 것을 봤을 거예요. 수수료라는 것이죠. 자기 통장이 없는 친구들도 주말에 가족이 함께 놀러가기 전 엄마나 아빠가 은행의 현금자동출금기에서 돈을 찾으시면서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몰라요. 그럼 은행에 맡겨둔 돈을 찾을 때 왜 수수료를 내는 걸까요.

국어사전엔 수수료를 '어떤 일을 맡아 처리해 준 데 대한 보수'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수수료를 낸 사람이 무엇인가 이익과 편리함을 얻기 때문에 그 대가로 내는 돈이라는 것이죠.

서울에 사는 갑돌이가 부산에 사는 갑순이에게 1만원을 보낸다고 생각해 봐요. 은행이 없다면 갑돌이는 직접, 또는 다른 사람을 시켜 갑순이에게 1만원을 전해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왔다갔다하는 시간은 물론 교통비.점심값으로 1만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써야 할 거예요. 은행의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하면 1~2분 안에 버튼 몇 번 누르는 걸로 간단히 돈을 보낼 수 있죠. 이렇게 돈을 부치는 일 등을 편리하게 대신 해주는 대가로 은행이 수수료를 받는 거예요.

은행을 통해 돈을 부치는 게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중간에 여러 종류의 컴퓨터와 기계.전산망이 필요하고 이것들을 다루는 사람들도 필요해요. 은행은 여기에 필요한 돈을 계산해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거예요.

하지만 요즘 은행들이 물리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자주 나오고 있어요. 예전엔 창구에서 돈을 넣고 빼거나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때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됐어요. 은행 문을 닫은 뒤 현금입출금기에서 돈을 찾는 것도 수수료가 안 붙었죠. 지금은 이런 일을 하려면 600원에서 많게는 4000원까지 내야 해요. 수수료의 종류도 많아졌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은행들이 새로 만든 수수료가 900가지가 넘는다는 얘기도 있어요. 동전을 지폐로 바꿔주는 서비스나 공과금을 내는 것도 수수료를 물리려 하고 있어요.

은행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며 울상이에요. 수수료로 받는 돈이 원가보다 적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죠. 은행들은 종종 지금 받는 수수료가 원가의 50%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어요. 수수료를 더 받고 싶지만 다른 은행들에게 손님을 뺏길까봐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죠. 실제 일본이나 미국 은행들이 받는 수수료와 비교하면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는 싼 편이에요. 또 예금이 많거나 이자를 많이 내고 있는 손님에겐 수수료를 깎아줘 실제 받는 돈은 더 적다고 하죠.

그런데도 사람들의 불만이 많은 건 은행들이 수수료의 가격을 어떻게 매겼는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몇 달 전 한 은행이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면서 시민단체에 함께 원가를 분석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결국 무산됐어요. 은행 측이 컴퓨터나 기계값 등 하드웨어에 대한 원가는 공개했지만 인건비 등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죠.

또 쓸 일이 별로 없는 수수료는 낮게 매기고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의 수수료는 높게 매긴다는 비판도 받고 있어요. 갑돌이처럼 현금입출금기로 다른 은행으로 돈을 부칠 경우 원가가 300원인데 1500원을 받는 은행도 있다고 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하기도 했어요.

이 문제에 대해 무 자르듯 누가 맞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은행도 돈을 벌어야 신입사원도 채용하고 개인이나 기업에 대출도 많이 해줄 수 있어요. 요즘 은행은 예전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은행은 공공성이 강한 산업이기도 해요. 외환위기 때 은행이 부도날 상황이 되자 정부에서 10조원이 넘는 국민의 돈을 지원해주기도 했으니까요. 은행들은 요즘 외국의 유명한 은행 못지않게 훌륭한 금융회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수수료 수입이 많아져야 한다고 해요. 외국의 유명한 은행들은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수수료보다는 채권이나 주식 발행, 투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받는 수수료가 많아요.

결국 은행들은 보다 좋은 금융서비스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하고, 사람들도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어느 정도의 수수료는 인정해주는 타협이 필요할 거예요.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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