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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사고대비 '인터넷 유언' 관심

중앙일보

입력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한 빈소에 가보면 ‘아무말도 남기지 못하고 허망하게 갔다’는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각종 사고에 대비해 사전에 유언을 남겨 놓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요.”

돌연 고인이 되더라도 이를 확인해 생전에 작성해 놓은 유언을 e-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개발한 디지털미디어 김성대(41·사진) 사장은 “한국에서 사전 유언 작성이라는 것이 ‘재수없다’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갑작스런 사고를 대비하는 최소한의 준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18일부터 인터넷 유언 ‘굿바이메일 (goodbyemail.com)’을 한국어와 영어로 서비스 시작했다.3일만에 가입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 서비스는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사진과 유언을 작성해 사후 받을 사람을 지정해 올려 놓으면 메신저 형태의 간단한 통신 프로그램이 작성자의 컴퓨터에 깔린다.이후 매월 10,20일 두차례씩 컴퓨터에 메세지가 뜨고 간단한 응답을 통해 생사 여부를 확인을 한다.한달 이상 회신이 오지 않을 경우 사전에 작성자가 지정한 어드바이저에게 연락해 사망 여부를 묻는다.

작성자가 숨졌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e-메일 또는 우편으로 유언을 배달해준다.매달 생사를 확인하는 통신 프로그램은 김사장의 특허다.

인터넷이 자동으로 생사를 확인해 배달해주기 때문에 유언 작성 사실을 생전에 남에게 알리지 않고 보관할 수 있으며 메시지 내용과 수신인을 언제나 수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자살 등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살로 확인되면 약관에 따라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며 이용료는 2년간 2만4천원이다.아직까지 민법상 인터넷 유언은 유산 상속 등 재산 분할에는 효용성이 없다.

김사장은 이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 연유는 2002년 결혼 10년만에 본 외아들 때문.

지난해 IT경기 침체로 퇴근이 늦어 직장(여의도)에서 집(일산)까지 가는 자유로에서 잇단 교통 사고를 보고 ‘혹시나 나에게도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끝에 유언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김사장은 “누구나 만일을 대비해 가족에게 메시지를 남기려는 생각을 하지만 보관ㆍ전달이 쉽지 않아 이같은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며 “예기치 않은 때를 대비한 보험 개념으로 보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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