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기 촬영지로 뜬 우리 동네

중앙일보

입력


“어, 낯익은 곳이네.” 고양시민들에겐 요즘 영화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영화 속 ‘우리 동네 찾기’가 그것이다. 지역 내 방송영상산업 육성 및 활성화(일명 브로멕스 프로젝트)를 위한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되면서 고양시가 인기 촬영지로 뜨고 있다.

영화 ‘의형제’에 고양시 있다

개봉 2주만에 관객 25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중인 영화 ‘의형제’에는 모두 33개 장면에 고양시가 등장한다. 탈북한 주요 인사들을 찾아내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암살자 그림자(전국환 분)와 엘리트 남파 공작원 송지원(강동원 분)이 국가정보원 대공3팀장 이한규(송강호 분) 일행과 총격전을 벌이는 영화 초반 장면의 촬영지는 백마마을 3단지 아파트(일산동구 마두동)다. 한규와 지원의 첫 만남 장소이자 지원이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고 버림 받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루비콘픽쳐스 프로듀서 김동철씨는 “영화 촬영장소 중 섭외하기 가장 힘든 곳이 아파트 단지와 일반 가정집”이라며 “이번 영화에서는 총격전과 살인까지 일어나는 장면이어서 1주일에 걸쳐 이곳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지원이 불안한 마음에 한규의 오피스텔 현관문을 열고 복도를 살피는 장면에선 현대밀라트(일산동구 백석동)가 나온다. 일산복음병원(일산서구 중산동)과 동국대일산병원(일산동구 식사동)에서는 국정원 요원들이 총상을 입고 치료 받는 장면과 국정원 요원들이 지원을 뒤쫓는 장면을 각각 찍었다. 흥신소를 차린 한규가 지방경찰서 계장을 만나는 장면은 고양시청 촬영분으로, 시 직원 4명이 엑스트라로 참여했다. 그 외 PC방모텔대북경제정책연구원태순의 집국정원 야외주차장 등이 고양시에서 촬영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엔 관객 1139만 명을 넘긴 ‘해운대’를 비롯해 ‘애자’‘굿모닝 프레지던트’‘홍길동의 후예’‘용서는 없다’ 등의 일부 촬영지도 고양시다.

고양시에서 찍어라, 비용 부담이 준다

이같은 ‘촬영 붐’에는 고양시의 지원책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 산하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로케이션 인센티브’는 영화제작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돌려주는 사업이다. 물론 고양시에서 촬영할 때 해당된다. 장소비·이동비·간접비·인건비(고양시민이나 지역 업체 직원이 엑스트라로 참여한 경우)·후반 작업비(녹음·CG 등) 등 이 지역 안에서 지출한 금액의 일정부분(작품당 5000만원 한도)을 환급해준다. 이때 고양시 브로멕스에 입주한 업체에겐 추가 혜택도 있다.

지난해 수혜 작품은 ‘해운대’를 비롯한 8편이다. 올핸 ‘의형제’를 포함해 15편 정도가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루비콘픽쳐스 김동철씨는 “5000만원은 10회 정도의 촬영을 진행할 수 있는 비용”이라며 “영화제작사로선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사인 영화사아침 이정세 대표는 지난해 ‘불신지옥’으로 4000여 만원을 돌려받은 데 이어 오는 4월 말 개봉 예정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 대해서도 지원신청을 했다. 이 대표는 “ 정기적으로, 별도의 조건 없이 촬영비용을 돌려주는 로케이션 인센티브제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고양시가 유일할 것”이라며 “영화제작사에 이어 최근 국내 주요 후반작업 업체들이 브로멕스에 속속 입주하면서 고양시의 영화제작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흥원의 정책사업부 진형성 대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양시 홍보라는 이점이 있는 만큼 시민들도 이 제도를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진흥원은 최근 공식 블로그 시네브로(www.cinebro.or.kr)에 지역 내 로케이션 장소DB를 구축하고 이들 촬영 명소를 소개하는 화보집도 발간했다.

[사진설명]영화 ‘의형제’ 음향 작업을 담당한 (주)라이브톤 직원들이 작업하는 모습. 브로멕스 타워(일산동구 장항동)에는 이들 업체를 비롯한 후반작업 업체와 영화제작사 68개가 입주해 있다.

▶문의=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031-968-9620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브로멕스 프로젝트

브로멕스는 브로드 캐스팅(Brodcasting)과 멀티미디어 콤플렉스(Multimedia Complex)의 합성어다. 브로멕스 프로젝트는 고양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방송영상산업 관련 기업을 유치,지원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이를 위해 2004년부터 조성된 브로멕스 타워에는 현재 4개의 빌딩에 68개 영화제작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