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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경회루, 발걸음이 있어 더 빛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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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19일 오후 서울 경복궁 경회루 누각의 누마루에서 재단법인 ‘아름지기’ 회원들이 마루 길들이기 작업을 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무조건 막는 것만이 잘하는 일은 아니다. 나무로 지은 집은 숨결과 손길이 닿아야 오래 간다. 먼지를 쌓이게 하기보다는 사람 때를 타게 해서 길이 살리겠다.'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의 문화재 보존정책이 '금지'에서 '개방'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19일 오후, 그 첫 본보기로 서울 경복궁 경회루가 43년 만에 출입금지 팻말을 걷어냈다. 신임 유 청장이 초대한 문화계 인사들이 일꾼이자 증인으로 나섰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시대 목조 누각인 국보 제224호 경회루가 오랜만에 사람 발걸음을 받아 빛나기 시작했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 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우리궁궐지킴이' '궁궐길라잡이' 회원들이 걸레를 들고 나섰다. 경회루의 누마루(이층 마루) 바닥를 문질러 해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사람 때를 입히며 길들이는 작업이 시작됐다.

경회루는 우람한 화강석 돌기둥의 단아한 멋과 소박하고 간결한 선의 조화가 뛰어난 누각이다.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그 미감을 '쩨쩨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으며 답답하지도 호들갑스럽지도 않은, 크고도 담담한 아름다움과 멋의 본보기'라고 평했다. 오랜만에 경회루에 오른 참가자들은 그 멋에 취하고 가을 햇살에 물들었다.

문화재청은 바닥 길들이기가 끝나면 단계적으로 일정과 계획을 세워 시범 개방한 뒤 내년부터 인터넷 예약을 받아 일반 관람객에게 문을 열 예정이다. 02-732-1932, 042-481-4738.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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