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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어울리는 전통과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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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명절 때면 시어머니 심부름만 했지만 이제 아이도 커가는데 구경만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 설날에는 음식을 따로 장만해 차례상에도 올리고 세배손님도 치룰까해요. "

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정윤희(34)주부. 3남3녀의 막내며느리로 명절이면 서울 대치동 시댁행(行)이 고작이던 정씨가 결혼 10년 만에 철(?)이 든 소리를 한다.

차례상은 아직도 정정한 시어머니 손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지만 세배오는 손님 접대는 정씨 몫이다.

그동안 손님들에게 차례 음식이나 떡만두국만으로 대접하자니 왠지 성의없이 느꼈졌던 그가 올해 생각해낸 것은 우리의 전통음식인 한과.

이를 배우기 위해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전통병과교육원(원장 한복려)을 찾은 정씨는 결혼 전에 요리학원을 다닐 때보다 훨씬 진지하다.

"요리책을 보고 강정을 만들면 어느 땐 눅눅하고 어느 땐 딱딱해져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런거죠?" 정씨의 질문이다.

"강정은 시럽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레서피만 따라서 할 것이 아니라 날씨가 더우면 설탕의 양을 늘려야 하고, 추울 땐 물엿의 양을 늘려야 하거든요. " 한원장의 답변에 궁금증이 풀렸는지 정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한과는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예부터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명절에 쓰이는 선물이나 잔치.제사상의 고임새 음식이란 생각이 들 정도. 이는 워낙 재료도 귀한데다 손이 많이 가고 만들기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원장은 "그러나 요즘은 땅콩이나 곶감처럼 평소에 구하기 어렵던 재료도 쉽게 접할 수 있고, 물엿 등 규격화된 한과재료에 냉장.냉동시설이 좋아져 집에서도 부담없이 만들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어 한원장은 손님들 미각을 한껏 돋워주면서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정초 세찬으로 땅콩 엿강정.곶감쌈.율란 등 세가지 한과를 정씨에게 추천하고 정씨에게 상세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2시간 동안 세가지 한과를 배우고 집으로 향하던 정씨는 "이번에 배운 한과를 차례상에 올리면 돌아가신 시아버지도 기특하게 생각할 것" 이라며 좋아했다.

또 "말랑말랑한 곶감에 호두알을 넣은 곶감쌈은 남편 술손님들에게 안주거리로 내고, 부드러운 율란은 시어머니 친구분들이 오시면 투박한 도자기 그릇에 담아 대접할 생각" 이라며 정월 초하룻날 자신이 만든 한과를 놓고 하루종일 덕담이 오갈 것에 잔뜩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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