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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발발 10년] "잊지말자 후세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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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7일로 걸프전 발발 10주년을 맞았다.

당시 전쟁은 미국 등 다국적군의 첨단 화력에 굴복한 이라크가 한달 만에 점령지 쿠웨이트에서 물러나면서 완벽한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여전히 이라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기사찰과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이란 미국의 시나리오는 실패했고 대(對)이라크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의 압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후 10년이 지난 지금 걸프전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였으며 무엇을 얻었는지 역사는 평가를 보류 중이다.

◇ 후세인의 건재〓후세인은 지난해 12월 31일 걸프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고 군대를 사열했다.

또 지난해 11월엔 걸프전 후 처음으로 국내선 운항을 재개, 유엔과 미국의 비행금지 조치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당초 경제제재로 후세인의 목을 죄고 반 후세인 세력을 지원, 후세인을 권좌에서 끌어내린다던 미국의 계획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후세인은 미국의 사찰과 제재에 대한 이라크인의 반발심을 자극, 더욱 지지기반을 굳혔다. 미 국무부는 1999년 5월 반 후세인 세력에 대한 군사지원을 공식 포기했다.

◇ 실패한 무기사찰.경제제재〓종전 직후 유엔은 이라크에 무기사찰단을 파견, 이라크가 핵무기 개발을 거의 완성한 단계에 이르렀고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를 제조 중인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미국.영국이 이라크를 폭격한 98년 12월 이후 이라크의 거부로 무기사찰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에 대규모 폭격작전을 벌였지만 이라크의 사찰거부는 완강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최근 2년간 이라크의 무기개발과 군사력 재구축이 상당히 진행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제재에 대한 여론은 더욱 따갑다. 수입금지 조치와 비행금지 조치로 이라크는 식품.의약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영양실조로 숨지는 영.유아는 해마다 수만명에 이른다.

때문에 유엔의 비행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아랍국가들이 앞다퉈 전세기로 의료진과 생필품을 바그다드에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엔 다국적군으로 걸프전에 참전했던 프랑스도 이에 가세했다. 이라크의 석유수출은 걸프전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

인도적 차원에서 유엔이 허가하고 있는 수출 외에도 국경을 통한 석유 밀수출이 점점 늘어나 이를 통한 이라크의 수입은 연간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두 나라뿐이다.

◇ 이라크의 국제무대 재등장〓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육로를 통해 바그다드를 방문, 후세인과 회담하고 결속을 다짐했다. 걸프전 이후 이라크를 방문한 최초의 국가원수였다.

이후 걸프전 때 이라크의 적국이었던 시리아가 이라크와 우호관계를 재개했고 레바논.요르단 등이 잇따라 각료를 보내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지난해 재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분쟁은 아랍 민족주의를 다시 부추기면서 이라크의 입장을 강화시켰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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