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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하노이 석양의 고속도 환상 연출…관광객 유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두 살짜리 사내놈이 길에서 발가벗고 오줌을 누다 관광객을 보면 손부터 벌린다.

하도 안쓰러워 약간이라도 쥐어 주면 삽시간에 여기저기서 똑같은 고사리손이 달려들어 '동 동' 을 합창한다.

베트남 1만4천동이 미화 1달러다. 어떤 녀석들은 손으로 입을 가리키며 '봉봉' (사탕)이라고도 한다. '봉봉' 이건 '동 동' 이건 모두 우리말 '돈 돈' 처럼 들린다.

사회주의 베트남은 요즘 자본을 향해 달리고 있다. 1985년 제6차 전당대회가 베트남판 페레스트로이카인 '도이 머이' (개혁.쇄신)를 외친 후로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활력에 차있다.

# 호치민시에서

인구 5백만명의 대도시인 호치민시(구 사이공)엔 모터 사이클이 2백50만대나 된다. 여기에 자전거 1백만대, 자동차 40만대가 합쳐 연출하는 도심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신호등이 거의 없기때문에 각종 차량과 보행자가 실타래처럼 얽히기 일쑤다. 교차로마다 울어대는 모터 사이클의 클랙션 합주도 귀를 아프게 한다.

그러나 여기엔 무질서와 소음 이상의 무엇이 있다. 그들은 바다 속 물고기떼처럼 서로에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요령있게 헤쳐 나간다. 남 탓하며 얼굴을 붉히거나 노상에서 고성을 지르는 경우도 없다. 혹시 우리야말로 신호등 없는 자유로움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 1번 고속도로 구경

남쪽 호치민시에서 북쪽 하노이시까지 2천3백㎞를 잇는 왕복2차선의 대동맥이 1번 고속도로다.

한국의 경부고속도로 쯤에 해당하지만 방해꾼이 많아 속도는 느리다.

부인과 자식을 겹겹이 태운 모터 사이클과 우마차가 끼어드는가 하면 한 소년 농사꾼은 소떼 여덟 마리를 몰고 천연덕스럽게 도로를 가로지른다. 호치민시에서 남동부 해변휴양지인 냐창까지 4백80㎞를 가는 데 10시간쯤 걸린다.

어쩌다 한가한 곳에서 속도를 내다보면 맞은편 차가 대낮에 전조등을 번쩍거리기도 한다. 과연 몇 백m 더 간 곳에서 경찰이 속도측정을 하고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1번 고속도로의 백미는 석양이다. 남에서 북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해가 지고 오른쪽엔 바다가 출렁인다. 팜트리와 유칼립투스, 검트리 등 남국의 키 큰 나무들이 인사를 한다.

그리고 느릿느릿 우마차가 석양에 긴 그림자 던지는 것을 차창 너머로 보자면 속도가 느린 것이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다.

베트남 동해안엔 북부 하롱베이에서부터 남부 냐창.판티에트에 이르기까지 등 국제적인 휴양지가 즐비해 매년 2백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 골프장에서

'도이 머이' 엔 골프장도 가세했다.

아직 베트남 전역에 7군데에 불과하지만 골프장들은 외화수입 일군 노릇을 톡톡히 한다.

호치민시 인근 투 둑 리조트의 이스트 코스는 리 트레비노가, 판티엣 해변 노보텔호텔의 오션 듄GC는 닉 팔도가 설계했다.

특히 후자는 지난해 골프다이제스트가 아시아 10대골프장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 두 곳의 18홀 라운드 비용은 클럽 대여와 그린피.캐디피.호텔 픽업비를 합쳐 80달러 정도.

베트남 캐디들은 한국사람을 무서워 한다.

투 둑 리조트의 남자캐디 푸옹 트린(37)은 "그들은 잔인하다(cruel)" 고 말한다.

몇 달전 공을 분실했다는 이유로 한국골퍼가 캐디를 구타한 것이 이곳의 일대 사건이 됐다.

한 타당 무려 50달러짜리 내기를 하는 한국인들도 있다.

이곳 캐디 월급이 평균 1백달러다.

베트남 속담에 '한 사람이 열 재물보다 낫다' 했으며 '사람만큼 향기로운 꽃은 없다' 고도 했다.1천년의 중국지배와 2백년의 프랑스 지배, 20여년에 걸친 초강국 미국과의 전쟁을 겪고도 그들은 순박하다.

베트남은 천혜의 자연환경은 물론 사람끼리의 믿음과 정이 살아있는 흔치 않은 관광지이다. 문의 베트남항공, 02-775-7666.

◆ 이오자이의 비밀

아오자이는 목에서부터 발까지 온몸을 감싼 긴( '아오' 〓衣) 옷( '자이' 〓長)이다. 그러나 아오자이는 '모든 것을 가렸어도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다' 고도 했다. 몸에 착 달라붙게 재단한 흰색 아오자이 물결이 넘치는 하노이와 호치민시는 감각의 제국이다.

아오자이는 앞면과 뒷면 단 두장의 베로 몸매에 맞춰 만든다. 모든 아오자이가 맞춤복이며 기성복은 없다. 아오자이의 매력포인트는 양쪽 웨이스트 라인 바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터진 '에오' 이다.

'에오' 를 중심으로 윗부분이 3분의 1이며 아래쪽이 3분의 2 비율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날씬한 베트남 여성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오자이는 국민복일 뿐아니라 베트남 여중고생들의 교복이다. 흰색 아오자이 아랫자락을 오른손에 착 감고 머플러처럼 휘날리면서 모터 사이클을 모는 베트남 여성은 이사도라 덩컨처럼 아름답다.

호치민시〓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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