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납수도관 더 있나… 주민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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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납수도관를 통해 30여년간 물을 먹어 왔는데 어떻게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 "

충남 천안시 영성동에 사는 徐모(60)씨는 지난해 중앙시장 일대서 발견된 납수도관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곳에서 성장해 결혼뒤 떠난 장녀도 불안한지 요즘들어 안부전화가 부쩍 잦아졌다.

지난해 11월 30일 영성동과 사직동에 걸쳐 있는 중앙시장내 하수도 정비공사 도중 납으로 제작된 직경 16㎜크기의 가정용 수도관이 발견됐다. 인근 14가구가 수돗물을 공급받는 통로이다.

이 납수도관은 일본이 1938년 자국민 밀집거주지역인 이곳에 천안에서 처음으로 상수도 혜택을 주려고 가설한 것.

주민들은 발견된 것이외에도 상수도관으로 쓰이는 일제 납수도관이 주변에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시는 중앙시장 4군데서 수돗물 시료를 채취해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 외뢰한 결과 납성분이 허용기준치(0.05㎎/ℓ)이하여서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문제의 납수도관도 교체했다.

하지만 "암으로 죽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 많은 이유는 납수도물 때문이다" "철거된 수도관 내부에 납덩어리가 붙어 있었다" 라는 등 괴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3일 천안시에 해당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해보자고 건의했다.

납축적 여부를 가리기 위해 중앙시장 주민 3백명과 다른 지역 3백명의 표본집단을 선정, 납축적 정도를 비교해봐야 한다며 천안시에 검사비용(1인당 2만원, 총 1천2백만원)부담과 표본 선정작업 지원을 요청했다.

환경운동연합 차수철(34)사무국장은 "주민들 불안을 해소하는 길은 정확한 역학조사뿐"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 12일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체내 납성분은 소화기관를 통한 것이라기 보다 대부분 대기중의 납이 호흡기관를 거쳐 축적된다" 며 환경운동연합의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순천향의대 이병국(54.예방의학)교수는 "최근 프랑스에서도 1백년된 납수도관이 발견돼 유해여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며 "60여년간 납성분이 수돗물에 전혀 용출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으므로 정밀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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