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교사·학부모 신뢰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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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 서연(6·여)이네 집 거실.

서울 중곡동 박용석씨 가족이 집에서 막내 서연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수업 모습을 컴퓨터와 연결된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어린이집에서 수업을 듣는 서연이 모습이 실시간으로 TV로 비춰진다. 지난해 11월까지만해도 맞벌이를 하는 서연이 부모는 어리광만 부리는 막내딸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집에서 IPTV를 통해 볼 수 있게 되면서 걱정을 덜게 됐다. 한 달에 3000원의 이용료를 내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서연이네 교실을 보고 있다.

오후에 버스 운전을 하는 아버지 박용석(46)씨는 매일 오전 아이가 노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고 일터로 나간다. 그는 “친구들 앞에선 성숙하고 의젓한 아이의 다른 면을 알게 됐고, 부녀간 대화도 늘어났다”며 웃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의 모습을 부모가 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서울형 어린이집 2200여 개 중 400여 개의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돼 있다. CCTV를 달겠다고 의사를 밝힌 600여 개 어린이집에는 올해 안에 설치될 예정이다.

서울시 이충세 보육담당관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CCTV가 있는 어린이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설치를 원하는 곳이 늘고있다”고 설명했다. 원장과 보육교사, 학부모가 합의하면 IPTV 운영업체가 무료로 CCTV를 설치해 준다. 어린이집 생활의 하루가 모두 녹화돼 시청시간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원하면 녹화된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5살 된 딸아이가 어린이집 차만 보면 자지러지게 울어대 애를 먹었던 황기영(34·여)씨는 직장에서 컴퓨터로 아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면서부터 한결 편안해졌다. 황씨는 “교사가 아이를 윽박지르고 엉덩이를 때려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는데, CCTV를 설치한 곳으로 옮기고 난 뒤 오히려 선생님들께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경순(45·주부)씨는 “종이 한 장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린다”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광어린이집 조월득 원장은 “처음에는 교사들이 ‘우리를 감시하는 것이냐’며 불쾌하게 생각해 설득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치 이후 학부모들과의 사이가 되레 좋아졌다. 조 원장은 “무조건 아이 편만 들던 엄마들이 선생님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김미경 교사는 “내가 잘 하면, 학부모와 상담을 할 때 오히려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돼 좋다”며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게 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어린이집이 1000개를 넘는다. 보육교사 안모(29·여)씨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기분이 어떻겠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동영상=김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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