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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한국의 힘! 외국인 인재 줄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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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일 출신의 크리스티안 피터 하임바흐(30)는 꿈 하나 달랑 짊어지고 지난해 말 한국 땅을 밟았다. “세계적 게임이 탄생하는 과정을 기획 단계부터 몸소 눈으로 살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세계화 전략을 짜는 것이 그의 주요 임무다. 하임바흐는 “한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 젊은이들로부터 그래픽·스토리 면에서 우수성을 입증받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업체에서 일해 보겠다는 젊은이들이 선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인기 직장=하임바흐가 이 회사를 알게 된 건 2004년. 독일의 한 대학에서 경영정보학을 전공하며 졸업논문을 준비할 때다. 그는 MMO(Mass Multiplay Online Game, 다자 접속 게임) 관련 마케팅전략 자료를 모으던 중 그 성공사례가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임바흐가 찾아낸 건 1998년 상용화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였다. 출시 3년 만에 동시접속자가 3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하임바흐는 대학 졸업 후 영국 인터넷업체를 첫 직장으로 골랐지만 한 한국 게임업체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다. 그러기를 3년. 2008년 영국 브라이트의 엔씨소프트 서유럽지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내친김에 지난해 10월 서울 근무를 자원해 일터를 옮겼다.

미 로스앤젤레스(LA) 넥슨 미국법인의 벤저민 월리(24)는 2005년부터 미국에 서비스된 ‘메이플스토리’ 게임의 사업 모델에 흥미를 느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 무료게임이라는 모델은 없었어요.”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를 미국에 내놓으며 부분 유료화 모델을 처음 도입했다. 게임서비스를 무료로 하는 대신 게임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었다. “미국 업계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시도라고 코웃음을 쳤지만 보라는 듯 성공했어요.” 당시 인기 온라인게임인 WoW 등 대부분이 월정액 방식을 택했고, 부분 유료화로는 사업성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북미 이용자를 중심으로 동시접속자 5만 명, 회원 150만 명을 확보했다. 월리는 “게임도 하나의 의사소통 도구라는 생각에 미국에서 새로운 게임 모델을 제시한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게임즈 인베스터 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3위다. 엔씨소프트는 북미·유럽·중국·일본·대만·태국 6개 법인에 1200여 명의 현지인을 고용한다. 윤진원 홍보팀장은 “유럽법인은 수시채용을 하는데 매번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한다”고 전했다. 넥슨은 전체 직원 1500명 중 미국·유럽·일본 세 법인의 현지 임직원이 500명 정도다. 월리가 근무하는 미국법인에는 150명의 미국인이 일한다. NHN은 미국·중국·일본 등 세 나라에 법인을 두고 있다. 직원 1209명 중 979명이 현지인이다. 특히 일본 법인 643명 중 491명이 일본인이다. 일본법인 마케팅팀의 다카쓰 히로유키(40)는 “현지화가 잘 돼 한국업체라는 점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출 효자로 떠올라=한국 온라인 게임의 해외 진출은 외환위기 때인 98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1’, 넥슨의 ‘바람의 나라’ 등에서 시작됐다. 전체 수출액은 2005년 5억6000만 달러에서 2008년엔 10억 달러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15억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네오위즈게임즈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해외에서 선전했다. 넥슨·NHN·엔씨소프트·네오위즈게임즈·CJ인터넷 등 국내 온라인 게임 5대 회사의 해외매출 비중은 2008년 27%에서 지난해 35%로 높아졌다. 넥슨의 서민 사장은 “전체 매출의 67%(약 5000억원) 정도가 해외에서 번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 매출 6347억원 가운데 45%를 해외에서 올렸다고 밝혔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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