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 러시아 아이스댄싱에 뿔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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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댄싱 샤발린-돔니나 조.

아이스댄싱 세계 챔프 듀오가 이번 올림픽에 입고 나올 의상에 세계 피겨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대표 막심 샤발린-옥사나 돔니나 조는 지난달 22일(한국시간) 유럽선수권 아이스댄싱 오리지널 댄스 경기 때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 복장으로 나서 피겨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독특한 의상과 안무, 음악으로 샤발린-돔니나 조는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이기도 한 샤발린-돔니나 조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힌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호주 원주민의 심기를 건드렸다. 경기를 지켜본 호주의 애버리진 단체는 “우리의 전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의상은 지나치게 야했고 동작은 민속춤을 희화화했다”고 반발했다. 언론과 팬들의 반응도 전반적으로 싸늘했다.

18일 공식 훈련에 나선 샤발린-돔니나 조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샤발린은 “같은 옷을 입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직접 확인하라”며 여운을 남겼다.

아이스댄스는 세 차례 세부종목 경기를 통해 순위를 정한다. 첫날 규정종목과 마지막 날 프리댄스, 그리고 그사이 오리지널 댄스를 치른다. 오리지널 댄스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매년 지정한 리듬과 템포에 맞는 음악을 선택해 볼룸댄스의 특성을 살려 표현하는 또 다른 규정종목이다. 올해 ISU가 지정한 오리지널 댄스 과제는 민속무용이다.

샤발린-돔니나 조는 지난달 중순 러시아선수권 때 처음으로 애버리진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당시 두 선수는 얼굴에 페인팅까지 하며 새 프로그램에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자 유럽선수권에서는 얼굴 페인팅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샤발린-돔니나 조가 올림픽에서는 예전 프로그램인 왈츠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샤발린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팬들의 격려도 많았다. 2년 전에는 출전선수의 70% 이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민속무용을 아이템으로 삼았다. 그 틀을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애버리진 민속무용 전문가와 함께 자료 조사도 많이 했다. 실제 춤을 아이스댄싱에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애버리진 댄스를 존중한다”고 하소연했다.

20일 규정종목에 출전하는 샤발린-돔니나 조는 22일 베일에 싸인 오리지널 댄스를 공개한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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