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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를 다지자] 8. 허점많은 부동산 매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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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재작년 말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朱모(46)씨는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택가에 15평짜리 제과점을 차렸다.

장사 경험이 없던 朱씨는 상가 전문 부동산 중개업소의 소개를 받아 보증금 3천만원, 월 1백50만원의 임대료 외에 권리금을 6천만원 줬다.

"하루 매출 50만원으로 장사가 잘 된다" 는 중개업소와 기존 빵집 주인의 말을 곧이들었다.

그러나 가게를 연 지 한달이 지나도록 매출은 10만원 정도밖에 안됐다.

朱씨는 영업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광고 전단지를 돌리고 빵값을 낮춰도 봤다.

그러나 매출은 20만원에 못 미쳤다.

속았다는 생각이 든 朱씨는 문제의 소개업소를 찾아갔으나 "그러면 가게를 처분하라" 는 말뿐이었다. 게다가 은행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던 朱씨의 점포는 주인이 빚을 못갚아 경매 처분됐다. 권리금뿐 아니라 보증금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부동산은 물론 상가 거래는 원칙이 없는 게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 거래의 신뢰도가 낮고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중개업소는 책임지지 않는다.

특히 주택과 달리 상가는 법적 구제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관인 계약서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예컨대 담배.잡지 등 잡화를 파는 작은 매점을 임대하려 할 때도 임차인이 영업 실적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세금계산서를 보면 매출액이 얼마인지 알 수 있지만, 가게엔 손님이 하루 몇명 오고, 물건은 종류별로 얼마나 팔리며, 매출액에서 세금과 경비를 빼면 한달에 얼마를 손에 쥘 수 있는지 브리핑해 준다.

임대인은 그 가게에 나가 한달 정도 장사가 잘되는지 지켜본 뒤 계약하기도 한다. 당초 말했던 만큼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월세 등을 깎아 준다.

브로커에게 맡기면 물건을 여러 개 내놓고 인허가 문제 등 법률 검토도 해준다. 브로커는 매수 희망자의 자금 규모와 매수 조건을 충분히 검토한 뒤 적당한 물건을 제시하며 매도자에게는 세금 보고서를 내도록 해 영업 실적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계약서는 변호사가 작성하고 매매 대금은 자금관리 회사로 넘어간다. 물건에 이상이 없어야 비로소 매매대금이 판 사람에게 건네진다.

임승옥 <아서앤더슨 지씨에프 상무>

▶ 중앙일보 새해특집 '기초를 다지자' (http://www.joins.com/series/new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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