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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 1이 정국… 득실 계산 분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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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金1李 정국' 의 소용돌이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 소용돌이는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 파문, 의원 이적(移籍)사태라는 현안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소용돌이의 이면(裏面)에 들어가면 그 실체에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손익계산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회창(李會昌)대세론' 과 '정권 재창출론' 이 정면충돌한 가운데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 계산과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 명예총재의 '신(新)캐스팅 보트론' 이 결합하면서 요동치고 있다.

◇ '정권 재창출론' 대 '이회창 대세론'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최근 "JP는 민족적 소명을 함께 추구하는 동지" "국민이 다시 우리에게 일을 맡기면 소명을 이어갈 것" (5일 청와대 만찬)이라고 말했다.

1995년 정계복귀 등 중대한 정치적 결단 때마다 '민족.국가' 어휘의 사용빈도가 늘어나던 DJ였다. JP는 7일 "공조를 안 하면 헌정중단이 될 것 같았다" 고 강조했다.

민주당 당직자는 "여기서 '이회창 대세론' 을 차단하지 못하면 후반기 국정관리가 어려워진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李총재측은 "3金이 2002년 대선을 겨냥해 반(反)이회창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 을 거론한다.

◇ DJP공조의 전개와 변수들〓안기부 자금 검찰수사와 상도동측이 제기한 'DJ 비자금' 설을 놓고 현 국면은 '제2의 DJP공조' 대 '昌+YS' 의 대항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도의 전개에는 미묘한 요소들이 개입될 전망이다. DJP의 '순탄한 공조' 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몇가지 허점들을 지적한다.

의원 이적의 민심이 좋지 않은 데다 앞으로 개각 때 자민련 인사들이 입각할 경우 '나눠먹기 공조' 라는 여론역풍(逆風)을 맞을 소지가 충분하다.

김종필 명예총재의 당 장악력은 강창희(姜昌熙)부총재의 '항명파동' 에서 보듯 누수가 드러난 상황이다.

JP는 ^DJP공조 속에서 주의.주장 고수 ^정국대치 완화되면 李총재와 회동의사를 비췄다.

차기 대선 때까지 DJP공조가 영원한 것이 아니며 사안에 따라 여전히 캐스팅 보트를 쥐어 정국의 틈새를 이용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반면 청와대측은 "3金1李 정국은 '李총재의 도덕성' 에 초점을 맞춘 공세를 희석하고 영향력이 떨어지던 YS를 살려줄 우려가 있다" 고 현 구도의 역기능을 우려하기도 한다.

◇ 昌-YS연합의 변수들〓여권의 '총선자금 압박' 칼날에 불가피하게 공동전선을 펼 수밖에 없는 李총재와 YS의 관계도 미묘한 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평소 '위기는 바로 기회' 라는 소신을 갖고 있던 YS는 안기부 총선자금 지원사태를 역으로 활용, 'DJ비자금' 폭로로 맞받아치며 '영향력 확대' 의 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현재로선 '적(敵)의 적은 동지' 라는 수준의 느슨한 연대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李총재측 또한 "YS와의 공조로 구정치의 표본인 3金정국에 함께 휘말려드는 부담이 있다" 는 입장이어서 昌-YS의 확고한 공조는 결국 향후 검찰수사의 강도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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