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배 속서 나온 쥐 뼈 맞추기 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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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경기도 남양주 도심초교 학생들이 대학생 과학 봉사단과 함께 LED와 광섬유 등을 이용해 별자리 액자를 만들고 있다. 빛의 성질을 배우는 과정이다. [김도훈 인턴기자]

1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도심초교 과학실은 실험 열기로 뜨거웠다. 30명의 초등생이 과학 봉사활동(과활)을 나온 대학생 7명의 도움을 받아가며 빛과 광섬유의 특성, 물을 흡수하는 화학분말의 성질과 응용 분야를 실험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빛의 특성을 배우는 시간에는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발광다이오드(LED)를 건전지와 스위치에 연결했다. 그런 뒤 별자리가 그려진 종이에 구멍을 뚫어 광섬유 토막을 별자리마다 꽂았다. 별자리 그림 뒤에서 LED를 켜면 빛이 광섬유를 타고 별이 반짝이듯 빛나게 하면서 빛의 직진·굴절 등의 성질을 배울 수 있게 하는 실험이다.

어린이들은 저마다 만든 별자리 판에서 별이 반짝이듯 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웃고 즐기며, 실험 내용 발표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날 과학봉사대는 김정근(고려대 전자 및 정보공학과 2년), 송승은(경희대 동서의과학과 2년), 강준홍(성균관대 기계공학과 3년), 윤수진(서울여대 생명공학과 3년), 윤대규(목포해양대 기관시스템학과 2년), 이주현(경희대 화학공학과 4년), 박미소(인하대 고분자신소재공학과 1년)씨로 구성됐다. 이들은 12일까지 도심초교에서 과학 봉사활동을 했다.

이날 실험에 참가한 홍준만(도심초교 4년)군은 “발명가가 되는 게 꿈이다. 조립이나 실험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도심초교에서와 같은 과학봉사대의 활동은 8~19일 2주간 전국 142개 학교(기관)에서 펼쳐졌다. 참가 인원은 120개 팀 840명에 이른다. 이번 방학 때 봉사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은 무려 2300여 명에 이르렀으나 예산 부족으로 다 봉사에 나서지는 못했다.

과학 봉사활동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해 겨울로 83명이 참가했고,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11개 팀 80명이 참가했다. 이제 과학 봉사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3회째를 맞은 과학 봉사활동에 두 번 이상 참가자도 12명이다.

팀당 4박5일 봉사를 한다. 프로그램은 공통으로 세 가지를 하고, 나머지는 팀별로 개발한다. 공통 과제의 경우 ‘진동으로 움직이는 차’ ‘광섬유 액자 만들기’ ‘올빼미 배 속에서 나온 쥐 뼈 맞추기’다.

경기도 안산 호원초교와 신길중에서 과학 봉사활동을 펼친 ‘경기3팀(한양대 이종후씨 등 7명)’은 공통 프로그램 외에 ‘끈끈이 만들기’ ‘지문 채취하기’ ‘계란 낙하 실험’ 등을 준비해 인기를 끌었다. 봉사대원들은 자신이 전공하거나 가장 자신 있는 실험을 각각 맡아 진행했다.

과학 봉사활동은 이전에도 각 단체나 대학생들끼리 팀을 만들어 간헐적으로 이뤄지긴 했다. 그러나 실험 도구도 변변찮고, 활동비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불을 붙인 곳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이다. 지난해부터 방학 때 대대적으로 봉사 참가자들을 모으고, 팀당 재료비와 활동비로 250여만원을 지원했다. 이 덕에 봉사대는 봉사하러 가는 기관의 신세를 지지 않고도 질 높은 과학 실험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교육 현장에서도 과학봉사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도심초교 서명화 과학부장은 “과학봉사대는 교과 과정에 없는 실험을 준비해오기 때문에 학생들의 과학실험 보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학창의재단 정윤 이사장은 “농촌 봉사활동으로 모내기를 했다면 과학 봉사활동은 과학 꿈나무를 심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글=남양주=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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