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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세상 첫번째 이야기] 새내기 동장의 즐거운 일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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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부성동장(앞줄 왼쪽 셋째)은 2008년 10월 중앙도서관장 재직 시 천안시청 직원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도서관 직원들과 함께 각설이 타령을 공연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임홍순 부성동장 제공]

천안시청 직원들이 나를 지칭할 때 ‘작은 거인’ ‘아이디어 뱅크’라고 한다. ‘작은 거인’이란 별칭은 키가 가장 작으면서 큰 일을 아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실무자일 때 천안시·군 통합과 천안시청사 이전, 팀장일 때 천안시 비전사업 총괄 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맡았다. ‘아이디어 뱅크’는 공무원 창안상인 국무총리상을 비롯해 청와대 국민아이디어상 수상, 도시브랜드 제정 등 수많은 아이디어 시책을 보탠 데서 회자된 것이다.

지방공무원의 꽃이라고 하는 동장. 지난해 7월 27일 천안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5만4000여 명) 부성동장으로 취임했다. 발령받는 날 걱정이 많았다. 주위에서 ‘큰 데가서 어떻게 하냐’ ‘고생이 많이 되겠다’라며 격려의 말도 해주었다. 동(주민센터) 경력이 없던 나로서는 모든 게 생소하고 걱정도 됐다. 부성동은 6개 법정 동을 관할하는 지역으로 천안에서 행정수요가 가장 많은데다 국제비즈니스파크, 경전철 등 민원이 있던 곳이어서 중압감이 더 컸다.

그러나 나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멋있게 해보자’ ‘사람이기에 불가능은 없다’ ‘주민들에게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해주자’ ‘잘나가는 부성동을 만들어 보자’라고 다짐하며 일을 시작했다. 부임 첫날부터 사흘간 32개 경로당을 다니면서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렸더니 “동장이 부임하자마자 인사를 온 경우는 처음”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지금도 동장으로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르신들께서 도와주시는 힘이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주민이 있기 때문에 존재의 가치가 있으므로 ‘주민이 요구하고 바라기 전에 찾아서 해결해 주자’라는 소신으로 매사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우리동장 최고다’ ‘우리동장 짱이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주민들의 칭찬과 박수는 공무원 발 품과 열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을 법규와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면 답이 보이게 마련이므로 이점을 직원들에게 강조하며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민들이 공원 내 운동시설을 필요로 할 때 구청과 본청 공원산림과에 요구해서 예산을 세운 다음 시설을 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을 희망근로사업으로 동에서 자체 추진하면 한 달이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동장실을 개방했다. “여기는 동장실이 아니라 우리 주민들의 방입니다. 제가 없더라도 언제든지 오셔서 차도 드시고 음료도 꺼내 드십시오”라며 문턱을 낮췄다. 지금도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찾아 공적인 건의는 물론 시시콜콜한 일들을 털어놓고 가곤 한다. 이런 것이 동장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구가 가장 많은 관계로 민원 또한 많아 하루 3000여 건을 처리하는 등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안타깝다. 그럼에도 항상 웃는 얼굴로 주민들을 대할 때 고마움을 느낀다. 지면을 빌어 직원들에게 마음으로나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일도 중요하지만 따스한 감성을 가지고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공직에 임하다 보니 지난 2007년에는 지방공무원의 가장 큰 상인 청백봉사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하면서 첫 번째 기도가 ‘우리 56만 천안시민들 행복하게 해주십시오’다. 두 번째가 ‘부성동 주민과 함께 늘 웃으면서 주민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저의 마음을 바로잡아 주세요’다.

부성동 주민 5만4000여 명. 주민 누구에게나 ‘천안시 1등 동’임을 자랑하면서 긍지를 높여주고 있다. 지난 1월 주민과 대화 때도 ‘천안시 1등 동’이라고 하자 시장님께서 “부성동은 특등동”이라고 해 주민들이 크게 박수를 치기도 했다. 시청에서나 다른 기관에서도 ‘청양군 3만3000여 명의 주민보다 훨씬 많은 인구를 가진 우리동장은 사또다. 군수급이다’라고 치켜세워 주기도 한다.

이렇게 살갑게 대해주시는 주민들, 아직도 그분들 모두에게 행복함을 드리지 못함에 아쉬움 남지만 이제 6개월이 지나면서 남은 시간 많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먼 훗날 “그 양반 참 좋은 동장이었다”라고 주민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면서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 딛는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처럼 건강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한다. 어릴 적 꿈인 권투 신인왕전에 나가는 것도 접지 않고 연습을 자주하고 있다. 링 위에서 쓰러지더라도 꼭 하고픈 것이 K-1이다. 가족이 만류하고 있지만 한 번 꼭 도전할 것이다. ‘공무원은 주민이 있기에 존재의 가치가 있다’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임홍순(천안시 부성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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