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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탓에" 민주·자민련 탄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강창희(姜昌熙)부총재가 일을 망쳤다" .

4일 자민련 지도부의 성토는 민주당 의원 3인의 이적(移籍.당적이동)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음을 보여줬다.

姜부총재의 교섭단체 등록신청 서명 거부에 대해 민주당 쪽에선 "자민련이 姜부총재 한명을 설득하지 못하는가" 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여기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DJP공조 회복을 통한 정국관리 구상이 헝클어지고 있는 데 대한 탄식이 깔려있다.

◇ '이적 3인방' 반응=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배기선(裵基善).송영진(宋榮珍).송석찬(宋錫贊)의원은 외부연락을 자제하고 지역구에 머물렀다.

裵의원은 "姜부총재가 경제위기 등 국정현안을 풀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데 소극적 명분론에 집착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세 사람은 姜부총재와 허심탄회하게 이 문제를 토론하고 싶다" 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들이 여론 악화와 자민련 일각의 강력한 반발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들은 5일 자민련 당사에서 있을 '입당 환영식' 에 참석할 예정이다.

◇ JP가 수습해야=부산에서 신년휴가를 보내던 JP는 전날 姜부총재의 움직임을 보고받고 "노기를 띠었다" 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반면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JP는 일절 반응이 없었다" 고 주장했다.

자민련 총재인 이한동(李漢東)총리는 이날 오전 9시쯤 姜부총재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다. 이에 앞서 李총리는 姜부총재의 방배동 아파트를 찾았지만 그가 전날 귀가하지 않아 헛걸음을 했다고 한다.

李총리는 姜부총재에게 "마음을 돌려 다시 생각해 달라" 고 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 10분 뒤 李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姜부총재는 이날 오후 1999년 JP의 내각제 유보 선언에 반발해 자민련을 탈당했던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대표와 만나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당내에선 "비슷한 처지의 두 사람이 모종의 교감을 한 것이 아니냐" 고 해석했다.

한편 민주당에선 이적 파문 과정에서 "여론을 선점하지 못했다" 는 자성론이 나왔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국민이 믿을 수 있게 상황을 진실되게 알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고위원들은 "자민련 일이므로 민주당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라 자민련이 해결해야 한다" 고 의견을 모았다.

당 관계자는 "이쪽에서 의원을 보냈으면 JP가 나서서 姜부총재를 설득했어야 했는데 답답하다" 고 말했다.

◇ 제명결의와 반발=자민련은 10시30분쯤 당무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오장섭(吳長燮)총장이 "姜부총재는 당을 살리자는데 반대했다. 배신자에 대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고 제안했다. 뒤이어 강경론이 잇따랐다.

결국 김종호대행이 "당을 무참히 짓밟고 나가는 배신행위는 있을 수 없다. 제명을 결의하자" 고 선언했다.

그러자 소장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진석(鄭鎭碩)의원은 "도대체 누가 배신자란 말이냐. 몇몇 간신배들이 JP를 망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정우택(鄭宇澤)의원도 "(제명)결정이 성급했다. 교섭단체가 안된 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왜 이런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다 "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양수.김정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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