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충정로 '농업박물관'서 농한기 체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우리 조상들에게 농업은 삶 그 자체였다.

지금이야 흉년이 들어도 외국에서 농산물을 사다 먹으면 그만이지만 불과 20~30년전만해도 사정은 달랐다.

풍물굿을 비롯해 우리 전통문화가 대부분 농삿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옆 농업박물관은 사라져가는 우리 선조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선 입구에 한 길이 훨씬 넘는 나락뒤주 2개가 서서 관객을 반긴다.

1987년 3층건물(5백20여평)로 개관한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들을 갖추고 있어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도시아이들에게는 산 학습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박물관에는 선사시대실.삼국시대실.고려조선시대실.농가월령실.농기구분포실.농협사료실 등 7개의 전시장이 있다.

엄마 아빠 어릴적 시골에서 볼 수 있었던 낫.호미.따비.풍구 등의 농기구와 물레.화덕.도롱이 같은 생활용품들, 곡식저장고 등 농업관련 유물 2천4백여점이 진열돼 있다.

이 중에는 청동기시대 조상들이 먹다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탄화미와 탄화조, 저녁때가 되면 붉은 빛을 발해 임금님에게만 진상했다는 밀다리쌀(경기도 화성의 백광미), 측우기로 강수량을 잰 기록표(1771~1870)등 희귀한 유물도 포함돼 있다.

3층 농업생활관 한켠에는 김치홍보관이 상설운영돼 시판되고 있는 갖가지 농협김치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요즘같은 방학때 특히 손님이 많아 요즘은 하루 평균 2천여명이 박물관을 찾는다.

입장료가 없는데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5번출구로 나오면 걸어서 채 3분이 걸리지 않아 누구나 부담없이 들를 수 있다.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에 휴관한다.

어린 학생 관람객이 많다보니 방학때는 여느 박물관과 같이 연만들기.부채만들기.옛날이야기 교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왔다. 올 겨울엔 짚신만들기 교실이 열린다.

8.10.12일 사흘간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짚풀공예연구소의 전성임 연구원의 지도로 짚신과 발 건강에 대한 강의와 새끼꼬기.짚신만들기 실습 등으로 순서로 진행된다.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규격용품' 에 길들여진 어린 학생들에게는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박물관의 김응규씨는 "옛날 농촌에서 볏짚은 초가지붕을 잇거나 새끼줄, 짚신을 만들고 소의 여물로도 쓰이는 등 온갖 용도로 이용됐다" 면서 "어린 학생들이 선조들의 농한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는 하루 20팀(부모와 학생이 한 팀)이며, 강좌시간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참가비는 1만원이다. 02-397-5675~7.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