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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엇갈린 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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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난국을 돌파하는 초당(超黨)적인 협력을 얻는 계기' .

'정계개편을 하지 못하게 담판(談判)을 짓는 자리' .

4일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수(領袖)회담을 앞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엇갈린 전망과 기대다.

양측의 이런 입장에는 민주당 의원 3인의 자민련 이적(移籍.당적이동)파문을 둘러싼 가파른 대립과 갈등이 깔려 있다.

새해 정국의 큰 갈림길이 될 영수회담을 앞두고 정치권에는 긴장감이 나돈다. 특히 '정국 안정론' 과 '총선 민의론' 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이 충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金대통령과 李총재는 "경제가 매우 어렵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정치불안에 있다" 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단과 처방에서는 인식차이가 너무 크다.

새해 시작부터 가파른 정국대치를 초래한 이적 파문에 대해 金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자민련은 현실적인 존재다. 자민련과의 공조는 당연하며 안하는 것이 잘못" 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총재로서 사실상 '추인' 을 해준 것" 이라고 당 관계자가 설명했다.

DJ의 발언은 "내 머리나 단수(段數)로는 이해되지 않는 원칙없는 짓이다. 못된 짓은 원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는 李총재의 같은 날 발언과 극명히 대조된다.

"(국회법 개정이란)합법적인 방법을 막고 협력을 거부하는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 는 金대통령에 대해 李총재는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했는데 느닷없이 의원 빼내기를 획책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 이동은 4.13 총선민의를 외면한 것" 이라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金대통령은 "총선에서 여야 모두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이는 자민련에 캐스팅 보트를 준 것" 이라고 반박했다.

'1996년 총선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 예산 전용' 의혹에 대해서도 여권은 '의혹은 철저히 밝혀야겠지만 검찰이 알아서 할 일' 이라는 입장이다.

金대통령은 李총재가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 이같은 원론 수준의 입장표명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자세도 차이가 난다. 여권의 자세는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의 "정치안정과 경제회생을 위해 여야가 합의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는 논평으로 압축된다.

李총재는 일단 '정경(政經)분리' 전략으로 회담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 고통을 던다는 명분으로 경제회복에는 협력하되, 의원 당적이동.총선비자금 파문.정계개편설 등 정치현안에 대해 쐐기를 박아둘 작정이다.

李총재는 회담형식을 당초의 부부동반에서 1대1 방식으로 변경하고 식사조차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특히 한나라당이 걱정하는 것은 "영수회담을 할 때마다 뒤통수를 맞는 일이 일어났다" (권철현 대변인)는 대목. 때문에 李총재는 회담결과를 양측이 나눠 발표하던 관행을 바꿔 '공동보도문' 방식을 요구할 예정이다.

權대변인은 "합의문을 李총재가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해 李총재가 회담을 정국 분수령으로 여기고 있음을 비췄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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